“빨간날도 일, 주말도 일, 퇴근은 8시반, 과잉노동”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저녁이 있는 삶을 살자’ ‘일은 과잉인데 보상은 과소다’ 최근 LG그룹 종사자의 익명소통공간인 블라인드에는 노동시간과 성과급 문제를 놓고 젊은 노동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분노한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하이프라자 판매영업노동자와 노동조합(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하이프라자바른노동조합지회)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LED트럭시위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시위는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시작한다.

이들은 LG전자가 있는 여의도 트윈타워, 하이프라자 본부가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일대에서 트럭 전광판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공정한 분배 요구를 LG그룹에 보여주고 열악한 판매영업노동자의 현실을 시민들에도 알릴 계획이다.

노조에 따르면 특히 LG가전의 판매를 담당하는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 소속 판매영업노동자의 목소리가 높다. 20대부터 40대까지가 주축인 LG베스트샵 판매영업노동자는 매장을 열기 위해 주말·휴일 출근은 물론 평소 저녁 8시 30분에 퇴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와의 즐거운 시간은 포기한 노동시간이라고 강조하며 “이런 과잉노동은 판매서비스라는 감정노동과 겹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최근 하이프라자가 3조에 달하는 매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이익에 걸맞은 성과급 보상은 기대에 못미쳐 현장의 불만이 증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트럭시위에 필요한 금액은 모두 현장 노동자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충당한다. 9일 2시 30분경 블라인드와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모금 공지를 한 후 1시간여 만에 노동조합 가입여부와 상관없이 90여명이 130만원을 모았으며 현재도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과잉노동의 현실을 시민사회에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더해, 얼마전 스타벅스 노동자 트럭시위를 통해 젊은 노동자에게 낯이 익은 시위방식이라 짧은 시간에 많은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설립한 금속노조 하이프라자바른노동조합지회는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저녁이 있는 조합원의 삶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정당한 이익 분배와 공정한 평가를 실현하기 위해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교섭이 20회차를 넘겨도 회사는 과거의 안을 고수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반면 교섭에 대한 태도와는 반대로 노동조합의 제시안은 마치 회사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행위로 대기업에 어울리는 행동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조금이라도 퇴근시간을 앞당기자는 현장의 요구를 담아 현재 8시 30분 퇴근 시간을 8시로 옮기자는 안을 회사에 제시했다”면서 “사측은 수용도 안 하고 협의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팔짱만 끼고 있다. 이런 사측의 태도가 트럭시위와 모금에 직원들이 환호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트럭시위를 위한 모금은 오는 13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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