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매곡역푸르지오SK뷰와 수원중·고등학교가 밀접해 있다. 학교 측은 “무책임한 설계 때문에 학생들은 ‘누가 보고 있을까’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수원시 팔달구 수원중·고등학교에 바라본 전망. ⓒ천지일보 2022.1.25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매교역푸르지오SK뷰와 수원중·고등학교가 밀접해 있다. 학교 측은 “무책임한 설계 때문에 학생들은 ‘누가 보고 있을까’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수원시 팔달구 수원중·고등학교에 바라본 전망. ⓒ천지일보 2022.1.25

“신축 아파트서 교실 내부 훤히 보여, 가림막도 불가능”

“前 이사장-조합 결탁 정황, 업무상 배임 소송 준비 中”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수원중·고등학교를 둘러싸고 학교 측과 재개발 조합 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오는 6~7월 입주를 앞둔 아파트가 학교와 지나치게 가깝게 지어져 아파트 거실에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측은 수원시와 교육청에서도 인가를 내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가운데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전 전임 이사장 K씨와 조합이 결탁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는 만큼 내달 등교를 앞둔 학생들의 정상수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입주 앞두고 갈등… “너무 가까워”

26일 수원중·고등학교(학교법인 화성학원)는 내달 개학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수원 팔달 제8지구 주택재개발 사업으로 지어져 이젠 건설 막바지에 접어든 ‘매교역푸르지오SK뷰’가 학교와 지나치게 가까워 교실 내부가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학교 건물과 아파트 간 거리가 10~15m밖에 떨어지지 않아 아파트에서 학교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것은 물론, 이후 입주가 시작되면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학교와 아파트 사이가 지나치게 가깝고 학교(5층)가 비교적 높아 가림막을 설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또 아파트 단지가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어 운동장 사용 시 제한적이며, 체육 활동 시 소음으로 인한 입주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학교 측은 준공을 막기 위해 시공사를 대상으로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측은 수원시와 교육청에서도 허가를 내줬고 일부 학교 관계자 및 학부모와도 조율이 된 상황이라 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매곡역푸르지오SK뷰 아파트가 수원중·고등학교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다 . 학교 측은 “무책임한 설계 때문에 학생들은 ‘누가 보고 있을까’ 운동장을 제대로 사용할 수도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고 호소했다. ⓒ천지일보 2022.1.25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매교역푸르지오SK뷰 아파트가 수원중·고등학교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다 . 학교 측은 “무책임한 설계 때문에 학생들은 ‘누가 보고 있을까’ 운동장을 제대로 사용할 수도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고 호소했다. ⓒ천지일보 2022.1.25

◆절반값 매각에 붉어지는 ‘결탁 의혹’

이뿐만이 아니다. 화성학원 전임 이사 K씨가 학교 부지를 공시지가의 절반 수준에 재개발 조합에 넘긴 정황이 드러나면서 학교 측에선 조합과 일부 학교 관계자가 결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08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학교 측에 대부료를 청구하면서 시작된다. 캠코는 학교 건물이 캠코의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 2008년 3억 7000여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7000만~8000만원의 대부료를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수원중·고등학교가 해당 맹지를 사용한 지 112년이나 됐지만, 학교 측은 캠코의 가압류에 어쩔 수 없이 대부료를 납부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대부료가 억 단위를 넘어섰고, 2018년 학교 측은 학교 주변의 맹지를 일부 팔아 학교 내부에 있는 캠코의 땅을 사기로 결정, 이후 테니스장을 포함해 학교 주변의 맹지 21필지(4430㎡)를 4차례에 걸쳐 팔게 됐다.

학교 측은 총 21개 필지를 ▲지난 2018년 10월 16억 2000만원(3.3㎡당 평균 337만원) ▲2019년 8월 31억 1000만원(509만원) ▲2020년 4월 4억 400만원(304만원)에 조합에 팔았다.

문제는 지난 2020년 매각한 부지를 지나치게 저렴하게 조합에 넘겼다는 것이다. 학교는 21필지를 매각하면서 53억원가량 마련했지만, 해당 자금으로는 대부료 17억 2000만원을 내고, 캠코 부지 인수 비용 52억 8000만원까지 납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캠코는 학교 측이 인수하지 못한 교정 내 맹지에 울타리를 쳐놓고 학생들의 출입을 차단한 상황이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수원중·고등학교 관계자들은 화성학원 전임 이사가 공시지가의 절반 수준에 맹지를 재개발 조합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학교 측 관계자들. ⓒ천지일보 2022.1.25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수원중·고등학교 관계자들은 화성학원 전임 이사가 공시지가의 절반 수준에 맹지를 재개발 조합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학교 측 관계자들. ⓒ천지일보 2022.1.25

학교 측은 K씨가 화성학원의 이사장을 역임(2018년 3월~2019년 9월)하는 동안 해당 맹지를 공시지가(3.3㎡당 605만원)의 절반 수준인 304만원에 팔기로 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판단, K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K씨는 이사장 재직시절 매각한 토지 21필지에 대해 “이사회를 거쳐 진행했다”며 본인이 매각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조합과의 매각 합의서가 발견됐다는 말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내달 개학을 앞둔 시점에서 오는 6~7월 입주까지 시작되면 학교 측과 입주자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어른들의 이권 다툼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에 피해가 없도록 재개발을 허가한 수원시와 교육청의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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