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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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도 인간과 같이 진화하고 있다. 인간과 도시가 별개의 DNA를 지니며 공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글로벌 팬데믹은 인류의 생활패턴과 도시 풍경을 일거에 뒤바꿔 놓았다.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중세 왕정체제에서 시민 공화주의로의 변혁을 이끈 프랑스 대혁명 이상의 대변화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혁명은 일상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혁명 상황처럼 도시의 삶이 급격히 바뀌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언택, 온택 등 비대면 접촉에 익숙해지고 있다. 줌 강의와 재택근무를 더 편리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기술과 서비스 발달로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의 세계관이 혼란스럽다.

코로나19가 2030년을 2020년으로 앞당기는 타임머신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디지털 세상이 빠른 속도로 도래해 가상과 실재가 혼재된 메타버스, 듀얼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이렇게 혼돈에 가까운 대변화의 물결 속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불안감, 우울감, 무기력증을 초래한 ‘코로나 블루’에서 탈출하려는 생존본능의 발로일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8~29세 청년 중 절반 이상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경험했다고 한다. 불안, 우울, 고립, 공포감이 2년간 지속되면서 정신건강 유행병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처방책은 다양하지만 ‘그린 치유’가 대세다. 반려동물만큼이나 반려식물이 인기를 끌고 있고 길가에선 식물가게, 식물수업과 같은 문구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팩데믹 위기상황을 맞아 사회 각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 ‘필(必) 환경’ ‘찐 환경’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이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물과 영양제만 채워주면 허브, 채소, 화훼류를 알아서 키워주는 가전제품이 출시돼 거실을 정원처럼 가꿔주고 있다. 작은 생활공간에 초록이 파고든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망가진 세상을 복원할 수 길은 생태로의 회귀다. 신도시와 재개발, 재건축과 같은 물리적 개발에 치중했던 도시가 ‘그린 어바니즘’을 통해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스위스 취리히, 덴마크 코펜하겐, 미국 포틀랜드 등은 생태도시로 유명하다. 일찍이 보행자 중심, 자전거 친화도시로 탈바꿈했다. 옥상정원, 안뜰녹화, 그린빌딩, 녹색담장, 도시농장, 생태통로, 자연배수와 같은 시설을 도시 특성에 맞게 잘 배치하고 있다.

인간의 DNA 속에 식물의 생명작용이 탑재돼 있다.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에서 진화한 미토콘드리아가 인간 세포 안에서 당과 산소를 먹이로 생명 에너지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인간과 도시의 유전자 코드에는 분명 식물의 원초적 생명력이 새겨져 있다. 전염병에 지쳐 있는 도시인들이 식물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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