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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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일 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속어가 있다. 또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한다. 자식이 잘 되면 부모를 기쁘게 할뿐더러 가문의 영광이 된다. 유교사회 자식이 장원급제를 하고 벼슬이 높아지면 이미 돌아가신 부모의 예우도 높아진다. 아들 벼슬이 정2품이면 부모도 정2품 증직을 받는다.

그러나 아들이 불행하면 부모의 불행이 된다. 조선 초 한 재상이 지방 관찰사로 재직하는 동안 젊은 아들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아들은 공부에 관심 없고 고을 기생과 사랑에 빠진다. 체직이 돼 상경하는 동안 아들은 몰래 기생을 데리고 서울 집으로 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재상은 혹독하게 아들을 꾸짖고는 기생을 쫓아냈다. 그런데 기생은 아들과 헤어진 후 슬픈 나머지 목을 맸다. 이 같은 사실을 안 재상의 아들은 슬픈 나머지 병들어 죽었고 아들을 잃은 재상도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일순간 일탈이 가문의 대를 끊은 것이다.

권력층의 아들일수록 오만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 세종 때 기록을 보면 성균관에 다니던 한 학생이 밤중에 지나가는 양반여인을 추행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포도청에서 재상의 체면을 봐 처리했으나 장안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가 됐다.

조선 영조는 자식인 사도세자가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고 결국 왕권을 위협하는 정신착란에 빠지자 극단적인 처방을 단행한다. 처음에는 칼을 주고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으나 죽지 않자 뒤주에 가둬 죽게 했다. 영조실록은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영조 38년(1762) 윤5월 13일 세자의 천품과 자질이 탁월해 임금이 매우 사랑했는데, 10여 세 뒤부터 점차 학문에 태만하게 되었고, 대리청정한 뒤부터 질병이 생겨 천성(天性)을 잃었다….’

환관과 나인을 죽이고 마음대로 궁을 빠져나가 평안도를 몰래 여행하며 서인들과 잡기에 빠진 것을 알고 용서를 안 한 것이다. 더욱 분노한 것은 영조가 총애하는 상궁을 성폭행한 것이다.

궁중에서 너무 귀엽고 호사스럽게 자란 탓일까. 기록에는 부왕이 너무 엄격해 무서워했으며 친견해야 하는데도 핑계를 대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즈음 정신질환인 자폐증을 앓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조선시대 훌륭한 재상들 가운데는 부친이 먼저 죽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들이 많다. 율곡 이이는 학문에는 관심이 없고 풍류에만 집착한 부친이 자주 집을 비운 사이 사임당의 엄한 훈육아래 공부를 했다. 조선 선조 때 명재상 백사 이항복도 부친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 최씨의 엄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영의정을 지낸 홍서봉의 어머니 유씨는 학식과 덕망이 뛰어났다. 홍서봉이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 유씨가 어린 아들을 직접 가르쳤는데 학업을 게을리 하면 회초리를 들었다. 회초리를 맞은 아이들이 비뚤어지지 않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 나중에 대성한 사례가 많다.

오늘날은 부모의 매가 죄가 되는 세태. 사랑의 매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냐 오냐 키운 아이들이 장성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이 후보의 아들이 도박을 하고 성매매의혹까지 받고 있다. 아들에게 수천만원이란 큰 금액까지 증여했다고 하니 자식사랑이 화를 키운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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