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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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당국이 가상화폐 입법을 공식화했다.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공식 편입되고 자산으로서 권한과 책임이 한층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를 양지로 끌어내어 투자자는 보호하되 불법엔 철퇴를 가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도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와 규칙 마련에 이미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은 27개국 유로존에 공통 적용될 디지털 자산 거래·발행에 관련된 포괄적 규제를 2024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가상화폐를 기타 적격 금융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가상화폐 발행인이 유럽 지역 내 가상화폐 서비스 운영 법인 자격을 갖출 것을 의무화한다. 미국에서는 현재 주(州)별로 다른 기준을 갖고 있지만 연방 수준의 공통된 법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정부는 2018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의 위험성에 대한 대응 방향 권고안을 내놓자 이에 따라 자금세탁을 규제하기 위한 측면에서 특금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특금법으로는 온전한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했다는 금융권 안팎의 평가가 많았다. 특금법은 본래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상화폐업권법을 제정하는 배경에는 투자자 보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세조종 등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기존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를 부과키로 하는 이용자 보호 강화안을 마련했다. 또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부터 불공정행위 처벌까지 총망라한 업권법 제정을 통해 가상화폐 산업을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산업처럼 제도권으로 인정해 육성하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협회를 통해 민간에 일정한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하되 금융당국은 시정명령권 등 신속한 대응을 위한 필요 최소한 감독권을 보유하기로 했다. 다만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자율적 상시 감시 체계를 통해 대응하되 형사적 제재와 함께 불법 경제적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 집행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가상화폐 거래에서 부당이득을 얻으면 최소 1년 이상 징역, 최소 3배 이상 벌금형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 가상화폐 발행인은 이용자들에게 백서, 코인평가서, 업무보고서 등을 공개해야 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금융위는 이번 가상화폐업권법을 원칙 중심의 규제 체계로 마련하고 상세 내용은 하위 규정에 위임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용자 보호와 산업 진흥 간 균형점 모색을 위해 규제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추후 국제 기준에 대한 합의가 있거나 주요국의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등 여건 변화가 있으면 법령을 지속해서 보완하기로 했다.

반면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행일을 2023년 1월 1일로 1년간 연기하기로 했다. 애초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 소득으로 분리해 과세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선을 앞둔 여야가 2030세대의 표심을 잡고자 앞다퉈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결국 가상자산 과세 시점은 1년 미뤄지게 됐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원칙과 과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의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20~30대 청년층의 표심을 잡으려는 세금 포퓰리즘이다.

앞으로 정부는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고 원칙 있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법제도 마련과 정책을 추진하면서 오직 투자자와 소비자 보호와 가상화폐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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