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1.11.23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1.11.23 (출처: 연합뉴스)

코스타리카 대통령 韓단독 방문

한-코스타리카 공동선언문 채택

친환경‧디지털 등 협력 추진키로

코스타리카, 중미의 핵심 교역국

중미 경제 교류 거점 역할 가능성

美공급망 재편 이슈와 연관 관측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한‧중미통합체제(SICA, 시카) 회원국 8개국 정상과의 화상회의에 이어 최근에는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는 등 중남미 외교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대북 관여에 대한 해법으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이를 둘러싼 한미, 한중, 한미일 간 협의 등 숨가쁜 외교전 속에서도 이번엔 중남미 지역으로까지 외교 지평을 넓히고 있는 셈인데 왜 코스타리카인지 짚어봤다.

◆한-코스타리카 정상회담… 양측관계 단계 격상

청와대에 따르면 카를로스 알바라도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3박 4일 일정(11월 21~24일)의 이번 방한은 지난 2018년 5월 취임 후 첫 아시아 방문이자 한국 단독 방문이다. 내년 양국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올해 양국 간 ‘포괄적 협력 동반자관계’ 수립 5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방한 사흘째인 23일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행동지향적’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분야별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친환경, 디지털, 과학기술, 인프라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알바라도 대통령은 “이번 방한이 특별한 것은 양국 관계를 행동지향적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 때문인데, 행동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 전체 발효(2021.3.1)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그 이후의 회복,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또 포스트 코로나19 경제 회복을 위해 디지털, 친환경 교통 인프라 구축, 신재생에너지 등 성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한국판 뉴딜 정책과 코스타리카의 디지털화, 탈탄소화, 지방분권화 등 일명 ‘3D 경제’ 정책을 연계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코스타리카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활용해 공동연구를 강화하고, 항공·우주산업과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력을 모색할 방침이다. 보건위기 대응, 보건·의료 기반시설 확충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가능성도 주목했고 문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접근에 대한 기여를 약속했다.

한‧중미 간 협력 강화 방안도 협의했다. 이와 관련해 내년에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중미 북부 3개국에 대한 ‘삼각 협력’ 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고, 이에 대해 알바라도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비무장지대(DMZ)에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코스타리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23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코스타리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23 (출처: 연합뉴스)

◆코스타리카 대통령 국빈 방문 이유는

한‧중미 FTA는 한국과 중미 5개국(엘살바도르·니카라과·코스타리카·온두라스·파나마) 간 체결돼 2019년 10월 1일 온두라스·니카라과를 시작으로 올해 3월까지 전체가 발효됐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와 중미 5개국은 전체 품목 수 기준 95% 이상의 높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했다.

우리나라는 중미와 FTA를 체결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로, 이로써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 대비 중남미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코스타리카는 한·중미 FTA 발효후 관세인하 혜택으로 대 코스타리카 의약품·의료 기기와 철강 수출액이 이전보다 4배가량 증가했다. 우리 정부가 코스타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인데, FTA 발효 이후 교역과 투자가 대폭적으로 늘어난 핵심 협력국이 된 것이다.

실제 방한 마지막 날인 전날(24일) 한국 측과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포함한 경제 인사들은 양국 간 무역·투자 확대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와 코스타리카 대외통상진흥청 주최로 열린 ‘한-코스타리카 무역·투자 포럼’ 행사였다. 양측은 각각 통상현황과 전망 등을 발표하고, 이후에는 무역협회와 코스타리카 대외통상진흥청 간 ‘무역투자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도 진행했다.

코스타리카는 남한의 반 정도의 국토면적을 가지고 있는 작은 나라지만 평화의 나라, 환경의 나라, 행복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1821년 독립 이후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여타 중남미 국가들과는 달리 1949년 이후 현재까지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온 민주국가다.

모범적‧안정적인 국가라는 것인데, 우리 기업의 중미 진출에 있어 코스타리카가 경제 교류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같은 이유가 반영됐다. 또 국제무대에서는 환경이나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해왔던 상황이라 우리 미래 산업에 대한 먹거리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일각에선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방한이 미국이 구상하는 전 세계 공급망 재편 이슈와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미국은 자체 제조 시설이 없는 상황이라 중국의 공급망을 견제할 능력이 없는 만큼, 한국을 생산기지로 확보하고 코스타리카를 중남미의 전진기지로 삼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생산 협력국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이를 통해 미국은 중남미의 유통을 맡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코스타리카와의 삼각공조가 맞물려 방한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속 백신 외교와 함께 니카라과 운하 건설에 100조 이상의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등 중남미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대중국 견제가 필요한 상황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이다.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24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열린 한-코스타리카 무역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24. (출처: 뉴시스)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24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열린 한-코스타리카 무역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24.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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