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도 마지막 단독 환담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7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dpa·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남편 요아임 자우어와 함께 이날 오전 바티칸시국을 방문해 교황을 개별 알현했다.

교황과 메르켈 총리는 45분에 걸쳐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유럽연합(EU)의 미래, 세계 주요 지역의 분쟁, 이주민·난민, 팬데믹,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 학대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특히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인간의 생활 방식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서 이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교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개신교 목사이자 신학자의 딸인 메르켈 총리의 교황 개별 알현은 2005년 총리직에 취임한 이후 다섯 번째다.

교황은 안정적인 국제질서 구축과 빈국 지원 등 글로벌 이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메르켈 총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지난달 스페인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메르켈 총리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교황 알현에 앞서 이탈리아 로마 소재 교황청립 그레고리안대학에서 교회 내 아동 보호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독일 출신 한스 촐르너 예수회 신부를 만났다.

가톨릭교회가 아동 성 학대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의미의 행보로 해석됐다.

앞서 프랑스 가톨릭교회는 지난 5일 1950년부터 70년간 미성년자 33만 명이 프랑스 성직자 등에 의해 성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의 자체 진상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고, 교황은 그 이튿날 "치욕적인 일"이라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독일에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성직자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이 불거져 현지 가톨릭교회를 뒤흔들었다.

메르켈 총리는 바티칸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뒤 취재진에 "이번 방문을 통해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 학대의) 진상이 규명되고 그에 대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교황 알현에 이어 로마 키지궁에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고별인사를 겸해 환담했다.

이달 30∼31일 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나 그 전에 따로 '석별의 정'을 나눌 기회를 가진 셈이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닥친 2010년대 드라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서, 메르켈은 EU 경제의 버팀목인 독일 총리로서 서로 긴밀히 공조하며 위기의 파고를 타고넘었다.

드라기 총리는 환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메르켈 총리에 이탈리아 정부를 대신해, 그리고 개인적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리는 또 메르켈 총리를 침착성과 결단력, EU 체제에 대한 신실한 믿음을 가진 지도자라고 칭찬하면서 "우리는 그녀가 그리울 것"이라고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로마=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