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에

김시종(1942 ~  )

제헌절 아침
국기를 방생했더니

태극기 창공에서
잉어처럼 푸덕였다
 

 

[시평]

우리나라 국경일은 ‘절(節)’과 ‘일(日)’로 나뉜다. 본래 ‘일(日)’이라는 낱말은 우리의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만나고 또 지나는 그런 의미를 지닌 날을 말한다. 그러나 이에 비해 ‘절(節)’은 다르다. ‘절(節)’은 ‘마디’라는 의미로, 일정한 기간이나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만이 다시 돌아오는, 그런 날이다. 그러므로 매일 같이 만나는 ‘일(日)’ 혹은 ‘날’과는 차원이 다른 일정한 주기를 지닌다는 보다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그래서 중요한 국경일에는 ‘절(節)’을, 그보다 다소 중요하지 않은 국경일에는 ‘일(日)’이나 ‘날’을 붙인다.

제헌절이 지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그 만큼 제헌절은 우리에게 잊혀가는 국경일이 되고 있다. 잃었던 나라를 일제로부터 다시 찾고, 우리나라 정부를 수립하고자 우리나라의 헌법을 새로 제정해 장엄히 공포한 그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 제헌절은 그래서 우리나라 4대 국경일의 하나이다. 그러나 2008년 중요 국경일이면 으레 하루 쉬면서 그 날을 기리던 휴일에서 그만 폐지가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제헌절이 다른 국경일에 비해 태극기를 게양하는 율이 현저히 줄었고, 여름휴가와 맞물려 생산율이 저조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헌절은 대한민국 국기법(國旗法)에 의해 태극기를 게양해야만 한다.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한다는 것은, 나라를 잃고 식민지로 살았던 국민으로서 참으로 가슴 떨리는, 그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잘 살게 되고, 또 어려웠던 시절조차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그 처음 헌법을 제정해 기념하는 그 날, 벅차게 게양하던 태극기까지 가물가물 잊어버리고 만 것은 아닌가.

그래서 시인은 이 제헌절 아침을 맞아 마치 방생을 하듯 태극기를 게양한다. 그랬더니 그 태극기가 푸른 대한민국의 창공에서 마치 싱싱한 잉어 마냥 푸덕이고 있구나. 처음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헌법을 제정해 세상에 공포를 하던 그 떨리던 그 가슴 마냥.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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