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오전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 한국을 찾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두 사람이 조찬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8.24 [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오전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 한국을 찾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두 사람이 조찬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성김 대표, 이인영‧노덕규 만남

구체적인 대북지원 논의 이뤄져

3박 4일 방한 일정 마친 후 출국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3박 4일 간의 숨가쁜 일정 속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키워드(핵심어)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었다.

이전에도 제시한 바 있는 대북 지원 카드를 다시 꺼내든 셈인데, 식량난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고 나올지 주목된다.

북미 간 대화 재개 조건을 놓고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라 당장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이전과 달리 남북 간 인도적 협력은 괘념치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점은 고무적이다.

◆성김, 이인영 만나 ‘인도협력’ 지지

두 달만에 다시 방한한 성 김 대표는 24일 오전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인도주의적 협력을 포함한 외교와 관여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미 양국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앞서 전날에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한국 정부와 가능한 대북 인도지원과 남북대화와 관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그는 “양국은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 가능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방안과 국제기구·비정부기구들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인영 장관과도 같은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을 통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왔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우리 정부 측의 운신의 폭도 훨씬 넓어지게 됐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등 대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거듭 일축해 왔다.

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1.8.2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北반응 여부는 미지수’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인데,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올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때 대화 복귀의 조건으로 제재 등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인도적 협력을 ‘비본질적인 문제’로 간주해왔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그간 계기마다 인도적 분야에서의 남북 협력 필요성을 내세웠지만 북한은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보다 악화하고 있는 북한의 내부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 그리고 자연재해 등 오랫동안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당 전원회의에서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식량난은 심각하다.

또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자 ‘0명’을 주장하는 등 방역에서도 ‘자력’ 기조를 내세우면서 백신 반입과 접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라 우리 정부는 인도적 지원과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통한 남북 관계 복원, 또 이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 재개 등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식량난이나 수해로 다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도 버텨왔던 터라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성 김 대표의 대북 인도지원 발언도 반복적인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비난 담화나 예고했던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21일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 협의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성 김 대표는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출국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도심 보통강 강변에 조성 중인 보통강 강안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건설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021.8.21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도심 보통강 강변에 조성 중인 보통강 강안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건설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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