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언론이 유착해 만들었다는 소위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법무장관이 연계된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혐의자로 지목됐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됐고,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결론으로 귀결된바, 재판 결과만 놓고 보면 검언유착 의혹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혐의자는 무죄인데 ‘검언유착’을 수사 지휘했던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지난 12일 1심에서 유죄를 받게 됐다.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검언유착’ 사건은 장관과 검찰총장 간 힘겨루기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3월 MBC는 “이동재 기자가 검찰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위 정보를 진술할 것을 강요했다”고 보도한 것이 그 시작인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이 이 기자와 친분 있는 검찰 관계자로 지목됐으니 당시 ‘추윤 갈등’ 고리에서 법무장관이 윤 전 총장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빌미를 잡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해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전 기자 등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시작됐던바, 사건배당을 놓고 검찰과 법무부가 충돌했고, 또한 수사과정에서도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이 심하게 격돌했다.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 체제의 대검 수사 지휘를 완전 배제시키고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진을 설치하고 정진웅 형사1부장에게 사건을 맡겼던 것이다. 당시 ‘검언유착’ 수사라인은 ‘추 장관 – 이성윤 지검장 – 정진웅 형사1부장’으로 이어졌으니 한동훈 검사장이 윤 전 총장 측근이라고는 하나, 허허벌판에 선 신세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에 나섰던 정진웅 차장검사가 수사중 폭력 행사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아오던 중 지난 12일 1심 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를 받은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에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한 행위나 결과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한 법무부 시각에 문제가 있다. 검사가 기소될 경우 직무정지가 관례이지만 정 차장검사의 경우는 특이하다. 기소된 상태에서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1심에서 유죄로 선고됐지만 직무정지 없이 박범계 장관은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법조인과 많은 국민들은 정진웅 차장검사가 유죄가 났음에도 수사권의 주체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이 따르고 불신 또한 높다. 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법이 무너지면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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