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사철

뜬 구름 같은 집에서
갈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살다간
아버지
가족 몰래
한평생 보증 빚 갚다 가셨네.

 

 

[시평]

아버지는 어느 의미 참으로 외로운 분이시다.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가족들 앞에서는 그저 의연해야만 하고, 그래서 가족들이 모두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숨은 힘을 지닌 분이시다. 아니 그런 힘을 지니셨기보다는 그런 힘을 스스로 지니려고 홀로 힘을 들이고, 또 무던히 애를 쓰는 분이시다. 그러니 어찌 보면 애처롭기까지 한 그러한 분이시기도 하다.

뜬 구름 같은 집이란 어떤 집일까. 지상에 든든한 지지대 하나 드리우지 못한, 불안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 그런 집, 그런 집 살림 아니겠는가. 그러한 어려운 살림을 도맡아 갈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이리저리 나부끼며 그렇게, 그렇게 우리의 모든 아버지들은 살아간다. 이런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는 가족 몰래 한평생 보증 빚 갚다 가신 분이시다. ‘가족의 가장’이라는 ‘보증’을 스스로 지신 채, ‘가족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그 ‘빚’을 한평생 갚아나가고, 갚아나가시는 분, 그 분이 바로 우리의 아버지이시다. 이 무더위 속, 가장으로 살아야 한다는 ‘보증’,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오늘도 우리의 아버지들 세상을 향해 묵묵히 문을 나선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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