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반=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주민들이 한 상점을 약탈하고 있다. 경찰은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수감 이후 폭동과 약탈이 고조되면서 6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더반=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주민들이 한 상점을 약탈하고 있다. 경찰은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수감 이후 폭동과 약탈이 고조되면서 6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남아공서 전 대통령 구금 항의

약탈·방화 집단범죄로 변질

“폭동 근본 원인은 빈곤 심화”

공산정권 쿠바서 수천명 시위

민생고 항의→ 독재 타도까지

[천지일보=이솜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쿠바에서 각각 폭력 시위가 열려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위 성격은 달라 보이나 빈곤과 실업 등 민생고에 따른 민심 폭발이 이들 시위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아공에서는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함께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번지면서 군부대까지 긴급 배치됐다.

BBC,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우리 민주주의 역사상 보기 드문 폭력 행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1990년대 초 내전으로 돌아갈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며 남아공 경찰청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요하네스버그와 하우텡, 콰줄루나탈에 군부대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에서 시작된 구금 항의 시위는 약탈, 방화, 총격으로 번졌다. 이 혼란은 수도 요하네스버그까지 확산됐다. 상점들은 불에 타고 이 가운데 약탈이 벌어졌으며 고속도로 일부가 폐쇄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가 문을 닫았다. 이 사태로 더반의 LG전자 공장이 불에 타는 등 우리 기업과 교민도 피해를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이래 최소 6명이 숨지고 219명 이상이 체포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그의 2009~2018년 재임 기간 벌어진 부패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아 헌법재판소에서 15개월 수감형을 선고 받았다.

주마 전 대통령은 당초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으나 경찰과 오랜 협상 끝에 결국 지난 7일 자진 수감됐다. 주마 전 대통령이 헌재에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낸 신청에 대한 심리는 12일 시작됐다.

◆민생고에 정치 시위→폭동으로

계속 되는 남아공의 혼란은 라마포사 대통령과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높은 실업률과 코로나19 대유행, 당내 분열에 직면하면서 심화하는 나라의 위기를 보여준다.

라마포사는 폭동의 근본 원인이 남아공의 높은 빈곤율과 실업률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도 현재 폭동의 상당 부분은 주마 대통령의 투옥에 대한 분노와는 거의 무관하며 오히려 기회주의적 무법주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자인 멕솔리싱 응고베세는 NYT에 “우리에게 이것은 무법이 아니다”라며 “이것(시위)은 생존이다. 기물 파손과 약탈은 부수적인 피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이번 시위가 조작됐다는 음모론도 나왔다. 주마 전 대통령이 투옥돼 ANC 내 파벌과 라마포사 대통령 측의 긴장이 고조되면서다. ANC 제시 두아르테 사무차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혼돈은 현 지도부를 위임하고자 하는 ANC 내 사람들에 의해 조직됐다”며 “우리는 이 일이 준비돼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주마의 투옥에 대한 정치적 항의가 폭동과 약탈로 번진 방식은 남아공의 광범위한 빈곤, 실업, 경제적 격차를 부각시킨다고 평가했다.

마푼구베 전략연구소의 수잔 부이슨은 AP통신에 “(남아공에는) 가난과 불평등이 있다”며 “우리는 또한 어떤 사람들은 이득을 보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안다. 종종 합법적인 시위가 그런 목적으로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웨서턴케이프대 연구원인 랄프 마덱가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남아공은 매우 복잡한 국가로, 항의 시위가 있을 때 그런 행동들이 범죄 요소로 이용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 나라의 대부분은 실직 상태다. 어떤 형태로든 범죄가 없는 시위는 매우 드물다”라고 말했다.

[아바나=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식량 부족과 높은 식료품 가격 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쿠바 곳곳에서 거리로 몰려나왔다.
[아바나=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식량 부족과 높은 식료품 가격 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쿠바 곳곳에서 거리로 몰려나왔다.

◆쿠바서도 27년 만에 반정부 시위

한편 쿠바에서도 민생고를 참다못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반(反)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시위는 1994년 피델 카스트로 정권 이후 27년 만으로, 공산국가인 쿠바에서는 항의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면 가혹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이번 집회는 특히 주목을 받았다.

11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를 포함한 쿠바 전역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경제 붕괴, 식량 및 의약품 부족, 물가 인상 그리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분노해 항의했고 일부는 더 나아가 “공산주의의 종식” “자유” “독재 타도” 등을 외쳤다. 시위대 중 한 명은 BBC에 “음식도 의약품도 자유도 없다. 정부는 우리를 살려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자 당국은 시위대 약 100명을 구금하고 페이스북, 왓츠앱,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 “미국은 평화 시위를 할 권리를 주장하는 쿠바 국민과 협력하고 있다”며 시위대를 지지했다.

미국은 대유행 중 중요한 송금을 제한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이런 조치들 중 일부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관련 조치를 내리진 않았다. 백악관은 쿠바 제재 완화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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