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질 삶 걱정, 겸허히 받아 들여
정부 방역조치 늦장 대응 지적 나와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어제부터 손님이 없어요. 술은 3~4명이 와서 먹는데 이제 2인까지 모일 수 있으니 술 장사는 접어야죠.”
9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16명(지역사회 1236명, 해외유입 80명) 발생해 전날(1275명)의 역대 최고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한 가운데 서울 남대문로에서 치킨·호프집을 운영하는 정동균(60, 남)씨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2일부터 2주간 4단계로 격상키로 했다. 오후 6시부턴 2명까지만 사적모임이 허용되고, 백신 접종자들에게 주기로 했던 인센티브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남대문로 일대의 시민들과 상인들은 거리두기 격상 소식을 듣고 대체로 현재보다 어려워질 삶을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었다.
손님이 한 사람도 없는 가게에서 홀로 있던 정씨는 “주변 건물 회사 직원들이 30~40대가 많아서 얀센 백신 접종 맞은 사람을 포함해 6~7명까지 손님들이 찾아와 매출도 올랐었는데 갑자기 확진자가 폭증해버리니 참”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여긴 서울 중심부라 변두리보다 장사가 더 안 될 것 같다”며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하면 큰 건물에 직원들만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변두리에 있는 작은 건물에 직원들은 모두 출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 주위에 신한은행 본점이나 상공회의소·대기업 등 큰 건물의 직원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재택근무로 접어들었는지 당장 어제부터 손님이 없다”면서도 “어떡하겠냐, 건너편 노래방은 몇 달째 영업도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들 힘드니 그냥 받아들여야지”라고 체념했다.
남대문시장에 족발집을 운영하는 박영자(84, 여)씨와 함께 일하는 아들 이종수(50, 남)씨는 거리두기 격상에 대해 “코로나19 초기부터 어쩔 수 없이 버텨 왔다”며 “저녁에 2인까지만 사적모임이 가능하면 현재 매출에서 50%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데, 불만이 없지 않지만 코로나19를 빨리 끝내야 한다”라고 겸허히 받아들인 모습을 보였다.
거리두기 격상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역 주변에 헤어샵을 운영하는 김제윤(30, 남)씨는 “예전에는 확진자가 400~500명대가 나와도 심각하게 생각했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다보니 무뎌져 500~600명대가 나와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이후 바로 1000명대로 직행했다. 일찍부터 강화된 방역조치를 이어갔다면 이렇게까지 확진자가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나마 이제라도 단계를 격상했기 때문에 확진자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4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손님을 100% 예약제로 변경하고 자리도 거리두기를 지켜야 돼서 매출이 5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남대문로에 치킨·호프집을 운영하는 정씨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하려면 당장 시작하지. 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주말동안 코로나19 전파시키려고 그냥 놔두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비수도권으로 원정가기도 한다는데”라고 우려했다.
반면 서울역 임시선별소에서 검사를 받으려고 대기하던 김도화(26, 여)씨는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은 시점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빨리 올린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조금만 늦게 올렸더라면 휴가철인데 마음 놓고 놀러 다니다가 폭증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거리두기를 격상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알바를 하는데 오후 11시까지 근무하다가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하면서 오후 9시까지 근무하게 돼 수입이 줄었다”면서 “해외 장거리 연애중인데 남자친구를 1년 동안 못 만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