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부터 국민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통신사에 심어 놨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3월 6일 타르카타 타운쉽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며 진압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부터 국민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통신사에 심어 놨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3월 6일 타르카타 타운쉽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며 진압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민 통신·인터넷 사생활 감시

작년 정부 예산 스파이웨어 有

軍, 통신사에 총 겨누고 명령

업체 승인 없이도 감시 가능

“반대파·시위대 진압 위한 것”

[천지일보=이솜 기자] 정부가 내 휴대전화와 인터넷 활동의 모든 내용을 감시하는 세상은 범죄자 또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현재 미얀마 국민에게 벌어졌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전부터 미얀마 국민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심어 놨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으로 보자면 정부가 통신 3사(SKT, KT, LG유플러스)에 총을 겨누고 국민의 모든 사생활을 감시할 기술을 설치해 놨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이 계획을 직접 알고 있는 1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군부가 미얀마 통신사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시민을 도청할 수 있는 스파이웨어(컴퓨터, 스마트폰 등 기기에 몰래 침투해 중요 정보를 빼가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명령을 전달한 민간 교통 통신부의 고위직 인사들은 전직 군 관리였다고 이 계획을 직접 받고, 브리핑한 통신업계 임원들은 전했다. 12명 모두 군사정권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기술은 군 당국이 통신사와 인터넷 업체의 도움 없이 통화 내용을 청취하며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포함한 인터넷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당시의 명령에 대해 “반군부 운동가 감시, 시위 진압, 향후 반대파 채널 차단을 목적으로 전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터넷 통제권을 발휘하기 위한 군의 대대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군부가 이 명령은 미얀마 수치 정부로부터 온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군대가 통제권을 가질 것을 알았고, 거절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군 통수권자인 내무부 관계자들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활동가 단체인 ‘미얀마를 위한 정의’가 제공하고 로이터가 독자 검증한 수치 정부의 2019년과 2020년 예산 문서에는 정교한 데이터 추출과 전화 해킹 기술뿐만 아니라 인터셉트 스파이웨어 제품과 부품 구입 시 계획된 400만 달러의 세부 정보가 담겨 있다.

수치 정부의 관리들이 이런 기술 설치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알 수 없다.

일부 소식통은 “미얀마 당국이 2019년 말 통신 분야에 이른바 ‘합법적 개입’이라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이런 기술을 설치하라는 압력은 2020년 말에 나왔다”며 “다른 곳에는 이야기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감시 기술 계획은 노르웨이 텔레노르(TEL)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TEL은 미얀마 인구 5400만명 중 18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미얀마 최대 통신 회사 중 하나로, 이들은 작년 12월 3일 성명을 통해 “미얀마 당국이 사례별 승인 없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시스템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합법적 개입 계획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TEL 외에도 통신사 3곳이 이 감시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 됐는데, 대규모 국영 사업자인 MPT, 미얀마군의 벤처기업인 마이텔, 베트남 국방부가 소유한 비에텔과 카타르의 오레두 등이다. MPT와 마이텔은 현재 군사정권이 전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얀마군과 관련 통신업체들은 이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많은 정부에서는 ‘합법적 개입’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을 범죄자를 잡기 위해 사법기관이 사용하는 데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심지어 일부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어떠한 법적 절차 없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얀마군은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또는 규제적 안전장치 없이 통신 감시 기술을 직접 운용하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다른 번호에 전화를 걸었을 때 발신음 없이 연결되는 것은 이런 감시 기술의 징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쿠데타 첫 날 군부의 첫 번째 행동 중 하나는 자정 무렵 전국 데이터센터에 침입해 인터넷 케이블을 절단하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한 소식통은 “(데이터센터) 직원들이 저항하자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군부는 밤마다 인터넷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3개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육군은 통신회사들에게 명단을 주면서 며칠 안에 운동가, 군사정권 반대자, 인권변호사의 번호를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미얀마 국민이 이 같은 감시를 당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63년부터 2011년까지 군부의 통치 속에서 활동가들과 언론인들은 일상적으로 감청을 당했다.

한 업계 임원은 “우리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에서 군부 항의 시위와 유혈 진압은 계속되고 있다. 시위 진압 등으로 살해된 미얀마 주민은 800명이 넘고 체포·구금된 사람들도 5200명 이상이다. 군부는 시위가 있는 지역의 집이나 가게를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재산을 약탈하는가 하면, 폭력을 행사하고 물 공급을 끊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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