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5일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헬만드 미 해병 기지에서 사령관 이취임식에 참석한 해병대원들. (출처: 뉴시스)
2018년 1월 15일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헬만드 미 해병 기지에서 사령관 이취임식에 참석한 해병대원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의 최장기 해외 전쟁인 아프가니스탄전이 20년 만에 종식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지 20년이 되는 오는 9월 11일까지 모든 미군을 철수시키고 가장 긴 전쟁의 종식을 선언할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첫 해인 2009년부터 미 국방부 전력 증원 계획에 반대해왔고 그의 오랜 관점에 따라 자신의 행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이를 실행으로 옮긴 것이다.

이번 여름부터 미군은 점차적으로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CNN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도 같은 철군 일정을 따를 것”이라며 “9월 11일 훨씬 전에 미군이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에서 약 250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미군이 완전히 철수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탈레반에 대한 감시활동을 위해 아프간에 미군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들이 아프간 정부나 아프간 군대를 어디까지 보호할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병력은 아프간에 주둔하는 미국 외교관을 보호하기 위해 남아있을 예정이다. 또한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미국 특수작전부대도 미군 내 정식 병력 계산에 포함되지 않아 거취가 불분명하다.

미군의 아프간 주둔은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시작됐다.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이 아프간에 칩거해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이들을 처벌할 목적으로 아프간에 침공 명령을 내리며 미군이 주둔하게 됐다.

2001년 이후 2200명 이상의 미군이 아프간에서 사망했고, 2만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바이든 아프간 미군 철수 결정 이유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한 결정적인 배경은 여러 나라로부터 도사리는 테러 위협이 아프간에서의 위협보다 훨씬 크다는 데 있다.

지난 한 달간의 논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성급한 철수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아프간에 더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현재의 국제적 위협의 필요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해결 방안이 없다”며 “전쟁이 시작된 지 20년 가까이 되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위협과 싸우는 데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관리는 “9.11테러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고 테러리스트들을 교란시키기 위한 아프간 초기 침공 목표는 몇 년 전에 달성됐다”며 “지금은 2021년이다. 우리가 직면한 테러 위협은 여러 나라, 실제 여러 대륙에서 발생한다”고 CNN에 말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 다른 지역, 특히 아시아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핵개발을 주시하는 것을 제외하면 중동을 우선순위에서 격하시키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에도 같은 이론이 적용된다. 그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지도자들과 거리를 두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회담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한 그의 전임자들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WP는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들과는 달리 수십년 동안 다른 대통령들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본 경험을 가지고 백악관에 왔고 그들의 경험과 교훈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정보기관들은 알카에다나 아프간의 다른 테러 단체들이 미국을 공격할 즉각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과 변덕에서 벗어나 유럽연합(EU), 나토 동맹 강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주 이란과의 회담을 재개한 것도 이러한 방향의 일환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확실한 날짜를 잡고 미군의 아프간 주둔을 끝내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군 철수 시한은 오는 5월 1일까지였다. 미 관리들은 WP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이점은 이번엔 나토 동맹국 및 다른 파트너들과의 조율을 통해 질서 있는 계획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이 보장되기 전 아프간 정부를 팔아치우거나 미국의 안보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또 다른 9.11 테러에 대한 보험을 없앨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미국의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미국의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아프간 정책 외교로 선회

탈레반 지도자들은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했던 5월 1일을 어길 경우 미군과 연합군을 공격하겠다고 밝혀왔다. 전날 공개 성명에서도 탈레반은 “5월 1일 이후로 (미군 철군을) 연기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5월 1일 이후 어떤 지연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미국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회담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작년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은 대부분 교착상태에 빠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과정을 다시 한 번 시작하기 위해 오는 24일 터키에서 새로운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군사적으로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년 아프간 보안군은 탈레반의 거듭된 공격으로 영토를 잃었고, 이에 아프간 정부는 미군에 의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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