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두 달여 만에 속행 공판

각종 혐의 전면 부인해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두 달 만에 재개한 재판에서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이 사법부까지 불어왔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122차 공판을 진행했다. 기존 재판부가 다른 법원으로 전보되며 재판이 멈춘 지 약 두 달여 만이다.

이날 재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른바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이 사법부까지 불어왔다”며 “예단이 생기면 객관적인 관찰을 방해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사법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검찰 고위 간부가 모종의 혐의로 수사받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하며 ‘수사상황이 시시각각 유출되고 수사관계인에 의해 수사 결론이 계속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언급한 ‘검찰 고위 간부’는 한동훈 검사장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사장은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을 때 작년 7월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고,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사건은 실시간으로 중계방송되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쉬지 않고 수사 상황이 보도됐는데, 그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왜곡됐다”며 “일반 사회에서는 마치 (판사들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범행·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젖어 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재판부가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건의 실질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법원행정처의 대법원장에 대한 일반적 보고체계가 없고,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사실과 같은 직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장에게 재판 개입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펼쳐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 사이에 일반적인 업무상 보고체계가 존재하지 않고 대법원장의 결재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가 대부분이라는 이유로 개별 혐의에 대해서도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와 법관을 부당하게 사찰하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가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지난달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일부 혐의에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가 인정된 혐의는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들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하도록 한 혐의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취소하도록 한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 등 3개 혐의가 어떻게 적용될지도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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