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여고생일기’의 표지 (사진제공: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담은 한 여고생의 일기장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

일기장의 주인은 서울에서 교육청 장학사로 재직 중인 주소연(40) 씨. 주 씨는 광주여고 3학년 재학 때 도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목격한 5.18 상황을 일기로 적었다. 일기는 당시 신문 자료 스크랩과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한 견해와 현장 상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1980년 5월 22일자 일기는 “교내에서 학원의 자율화를 외치던 민주화운동은 18일 거리에서 본격화됐다”는 말로 시작한다. 주 씨는 “18일 정부에서 공수부대를 파견해 차마 입으로 말할 수 없는 만행을 벌였고 광주시민들은 무차별 학살당했다. 밝혀진 사망자만 200명이 넘었지만 언론에서는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았다”고 전했다.

주 씨의 기록에 따르면 23일 정부의 방침으로 광주시의 시외 전화와 시·내외 버스 등 통신 및 교통수단이 마비됐다. 그는 “정부가 광주에 저지른 만행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외부 접촉 수단을 끊은 것”이라고 적었다.

24일에는 “영어는 믿어도 한국어는 못 믿는다”며 5.18에 대한 국내 언론을 비판했다. 이날 주 씨는 “이런 사태에 광주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며 “정부의 어떤 꼬임과 달콤한 말에도 절대 속지 않을 것을 다지했다”고 기록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3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제10차 비공개 회의를 열어 주 씨의 일기를 포함한 한국의 5.18 기록물과 일성록을 심의,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등재를 권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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