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큰사전 원고. (제공: 독립기념관) ⓒ천지일보 2020.12.22
조선말 큰사전 원고. (제공: 독립기념관) ⓒ천지일보 2020.12.22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86호 지정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결과물

한국문화사·독립운동사의 중요한 자료

천안지역 문화유산 지정·관리에 총력

[천지일보 천안=박주환 기자] 충남 천안시 목천읍 독립기념관(관장 이준식)이 소장하고 있는 국가등록문화재 제524-2호로 등록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가 22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86호로 승격 지정됐다.

독립기념관에 따르면 ‘조선말 큰사전 원고’란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29년~1942년경까지 약 13년 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을 말한다. 독립기념관은 이중 5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한글학회(8책), 개인(1책) 등이 소장하고 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 14책은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학자가 참여해 오랜 기간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거친 중요한 자료로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결과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물이다.

이 유물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1957년‘큰사전(6권)’은 이 원고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1929년 10월 31일, 이념을 불문하고 사회운동가, 종교인, 교육자, 어문학자, 출판인, 자본가 등 108명이 조선어사전편찬회를 결성해 사전편찬 사업을 시작한 결과물이다.

각지의 민초(民草)들은 지역별 사투리와 우리말 자료를 모아 학회로 보내오는 등 계층과 신분을 뛰어넘어 일제의 우리말 탄압에 맞선 범국민적인 움직임이 밑거름이 됐다. 이는 선조들의 우리말 사랑과 민족독립의 염원이 담겨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일제강점 아래에서도 독립을 준비했던 뚜렷한 증거물이자 언어생활의 변천을 알려주는 생생한 자료다. 국어의 정립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실체이다. 때문에 한국문화사와 독립운동사의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학술 가치가 높아 보물로 지정됐다.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은 “국가등록문화재였던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보물 승격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조선말 큰사전 원고’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일제강점기 조선어 말살 정책에 맞서 한글을 보존하고자 했던 한글학자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안동순 천안시 문화관광과장은 “등록문화재가 보물로 승격지정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지역의 문화유산 소장처 및 소장자들과의 깊은 협력으로 천안지역 문화유산 지정 관리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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