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오월愛>의 김태일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서 주목을 받은 김태일 감독의 영화 <오월愛>가 지난 12일 공식적으로 개봉됐다. 31년 전 광주항쟁을 겪은 이들의 삶과 현재를 조명하는 이번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실재 인물들이 인터뷰이(interviewee)로 등장해 역사적 사실의 생생함을 전해준다.

김 감독은 “민초들의 삶과 이야기 모두가 역사에 담기진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에 광주항쟁의 역사 중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작품으로 담고 싶었다”며 영화 제작 배경에 대해 말했다.

이미 익숙한 5.18의 이야기를 다시 영화의 소재로 담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소수에 초점이 맞춰진 광주항쟁의 이야기보다 주인공이지만 조명되지 못했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5.18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열정을 품고 광주에 내려온 김 감독은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증언을 거부하기도 해 촬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거절하는 이유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분들이 광주항쟁에 참여하고 이후에 보상이나 유공자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자긍심을 갖고 살아오셨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광주나 정부에서도 5.18에 대해 관심이 없어지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5.18의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것.

사실 <오월愛>에서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이 5.18 후유증에 마음이 다친 상태라고 고백한다. 더 직접적으로는 항쟁 당시의 기억이 삶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상태.

광주항쟁은 광주시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 민주주의를 사수했던 항쟁이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유공자로 인정받거나 보상받았다. 당시 80만 광주시민 모두에게 보상이 돌아가진 않았다.

그저 ‘할 일 했을 뿐’이라며 묵묵히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참여자들은 세월이 흐르며 5.18이 민중항쟁이라는 역사로만 소개되는 것에 그치자 하나 남은 자긍심까지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인터뷰 섭외를 하러 갔을 때 ‘우리를, 5.18을 팔아먹으러 왔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언론이나 정부가 5.18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기보다 그것을 이용하려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항쟁 참여자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설명했다.

31년 전 국가폭력에 상처받은 민초들이 31년이 흐른 지금에도 5.18에 대한 관심 받지 못하고 인식개선 활동이 원활하지 못해 무방비하게 상처받고 있다는 것.

영화에서는 여성 참가자 특히 주먹밥을 만들었던 취사조 출신들이 자주 등장한다. 광주항쟁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역사에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던 취사조에 김 감독은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그만큼 조명되지 않았던 진정한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이다.

“촬영 전에는 어머님들에게 당당하게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자부심 넘치게 촬영할 줄 알았다. 근데 막상 어머니들 앞에 서니 그렇게 하지 못해 스스로도 놀랐다. 나는 어느 정도 광주항쟁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아픔이었다.”

김 감독은 ‘민중의 세계사’라는 10부작 다큐멘터리를 기획했고 첫 작품으로 <오월愛>를 제작했다. 영화는 아직도 진행 중인 5.18의 아픔을 담고 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역사를 기억만 하지 말고 우리 삶 속에 대입하여 똑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고민하는 시간을 갖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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