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얼마 전 SBS 스페셜에서는 ‘지금은 혼공시대-당신의 아이는 혼자 공부할 수 있습니까?’라는 혼공 즉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아이들의 문제점을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 간 갈등이 거의 전쟁수준임을 알 수 있다. ‘교사가 미치기 전에 하는 게 방학, 부모가 미치기 전에 하는 게 개학’이라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방학이 6개월이나 되는 셈이니 부모의 고충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간다.

SBS 스페셜에서는 유튜브에만 빠져 사는 중2 정민, 공부에 흥미를 잃고 온라인 수업 시간 내내 잠과 싸우는 엄친아 중3 앤디, 과외교사 같은 엄마의 공부 지도를 받는 중3 세윤이의 무너진 학습 태도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과 방법을 소개한다. 중2 정민은 온라인 수업 내내 유튜브에 빠져 공부를 하지 않는다. 워킹맘인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는지를 감시하지만, 유튜브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정민과 갈등만 증폭되고 결국 엄마는 “저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거 같다. 말을 하면 마찰만 생기고. 저런 애가 우리 정민이뿐만이 아닐 것이다”라고 체념을 할 정도가 된다.

중3 앤디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부터 엄친아 소리를 들은 아이다. 온라인 수업 중 몇 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리는 앤디를 엄마는 다독이고 윽박지르며 태도를 고쳐보려 한다. 결국 앤디 엄마는 “나도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감당이 안 된다. 답이 없다. 이게 장기화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숨만 나온다”라며 자포자기한다. 중3의 세윤이는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늘 엄마의 주도적인 학습지도 때문에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엄마의 걱정 어린 말에 주눅이 들어 엄마에게 의존하는 공부만 한다.

공부 전문가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아닌 외부의 시선, 기대, 사회적 환경 때문에 공부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집에서 제대로 공부를 안 하는 아이가 학원에 간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걸 온라인 수업이 일깨워 준 거다. 명문대 다니는 학생이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경우는 없다”라고 말한다.

세 명을 관찰한 전문가는 유튜브에 빠진 정민이는 공부 공간과 노는 공간을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 진단하고 거실로 책상과 컴퓨터를 옮겨 공부하는 곳으로 정했다. 하루의 공부 분량을 정하고 그 분량을 마쳤을 때는 방으로 들어가 마음껏 유튜브를 즐기도록 했다. 그리고 “명문대 간 친구들도 논다. 단, 공부할 때 확실하게 공부하고 놀 때 확실하게 논다”라는 교훈을 준다. 

앤디는 공부를 암기라고 생각해 온 아이라서 암기 위주의 공부를 늘 ‘WHY?’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해하는 공부를 하도록 유도한다. ‘이게 왜 답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공부법으로 바꿨더니 핵심이 보이고 공부가 재미있게 돼 잠을 자지 않는다. 전문가는 “떠 먹여주는 공부를 하다 보면 생각하는 방법을 잊고 집중할 수 없다. 이해하면 저절로 암기되니 시간 절약도 되고 효율적인 공부가 가능하다”라는 교훈을 준다.

세윤이는 시험을 망쳤을 때 “아 너 어떡하냐?”라는 엄마의 말에 주눅이 들어 시험을 볼 때면 늘 불안하고 감정조절이 안 돼 뇌가 얼어붙는 현상이 생긴다. 세윤이 책상에 엄마 의자가 늘 있어 엄마에게 의존형 공부만 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적은 학습 분량을 주고 엄마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전문가는 “지금 배우는 과정을 충분히 아는 게 선행의 효과가 있으니 선행을 하려고 서두르지 말라”고 교훈을 준다.

방송에 출연한 7명의 명문대생은 “부모님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이다. 내가 필요한 걸 공부하고 그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해야 한다”라고 혼공을 강조한다. 전문가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감독과 간섭이 많아지면 계획을 세우거나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을 배울 기회가 적어진다. 내가 해야 하는 걸 느끼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이 생겨서 자발성이 발달하기 힘들다”라고 한다. 앤디 엄마는 “엄마는 뒤에서 밀어주는 조력자여야지 앞에서 끌고 가는 건 아이를 망치는 거예요. 저 같은 엄마가 방송을 본다면 그러지 마시라고 말리고 싶어요”라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후 7년 동안 시험을 보지 않다 중학교 2학년 1학기 성적표를 받아본 후 의연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혼공 즉 자기주도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방송을 통해 배우고 실천하는 부모가 많아지길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