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원의 시선의 정점은 대통령에게 향해져있다. 정부․국가기관의 정책수립과 그 집행에 잘못된 게 있으면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연관지우며 최고 권력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곤 하는 게 다반사이다. 그 가운데는 사회구성원 안위에 해를 미치는 국가안보나 생존위협 문제 또는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과 집행 등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설령 그 행위가 정부부처나 국가기관에 의해 진행된다고 해도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묻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라하겠지만 사소한 문제까지 대통령과 연결 짓기는 다소 침소봉대하려는 점이 있다.     

최근 SNS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을 직격하고 나섰다. 내용인즉슨 지난 16일 국회개원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나오던 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정모(57)씨에 대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당시, 문 대통령이 당사자로서 그 사건과 관련해 한마디 해야 했었다는 내용이다. 그날 정모씨의 신발 투척행위는 대통령에게 맞추려는 게 아니라 항의 퍼포먼스였는데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대통령이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고, 문 대통령의 협량함을 보여줬다는 내용이다.

하 의원의 말에 따르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애당초 무리였지만 이러한 경찰의 행동(구속 영장 청구)은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제스처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결국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된 결과로써 대통령에 대한 쓴 소리이자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한데, 구속 영장이 청구된 뒤 문 대통령이 포용심을 갖고 “‘자신이 부덕한 탓이다’ 또는 ‘좀 더 잘하겠다’고 웃어넘기면서 ‘구속은 과하다’”는 정도로 언급했다면 대통령의 애민정신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이것이 국민통합의 좋은 기회였음을 토로한 것이다. 

그렇지만 엄정하게 법집행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이 같은 경찰 입장은 20일 실시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한 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남성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정도로 해당 사건이 중대한 범죄인가’라고 질의한 권영세 통합당 의원의 질문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이 상당히 계획적”이라고 밝혔고, 경찰에서는 “사안이 매우 중하다”며 영장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신발 투척 사건’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 씨는 구속영장 기각 후 기자회견에서 “국회 개원식에 갔다가 방청이 불허돼 허탈한 마음으로 국회의사당 그늘에 앉아 쉬던 중 마침 대통령이 그곳을 지나갔다”며 우발적 사건임을 설명했지만 경찰은 입장은 단호했다. 여기에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도 각기 다른바, 작게 보면 일종의 해프닝이고, 크게 보면 중대한 사안이겠지만 ‘대통령의 협량함이 보여졌다’는 이번 사건이 애민(愛民)의 산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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