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참석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참석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3

3일 코엑스서 ‘2020 경제계 신년인사회’ 개최

정·관·재계 인사 1300명 참석… 文대통령 불참

文대통령, 2일 4대그룹 총수 등 초청해 신년회

“IMF보다 더 어려워… 기업 옥죄는 건 한국뿐”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주관하는 경제계 최대행사인 ‘신년인사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또 불참했다. 정·재계 주요인사가 자리했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째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아 ‘반쪽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정·관계, 재계,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주요인사 1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이 자리했다. 경제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에는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국민소득 3만 달러와 무역 1조 달러를 지켜냈고 성장과 고용 회복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민간의 활력이 크게 낮아져 기업 현장의 어려움이 컸고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되면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는데 속도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선결과제로 ‘민간 역동성 회복’을 꼽았다. 대외적으로 수출길을, 내부적으로 투자길을 열어야 글로벌 국가의 패권다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우리 경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자발적 투자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3

박 회장은 법과 제도를 바꿔 새로운 사업기회를 여는 것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도 규제 플랫폼 개혁을 말했지만, 실제 청년들과 국회, 정부를 찾으면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며 “산업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기득권이 견고해지고 신산업에 대한 리스크를 원천봉쇄하는 수준으로 법과 제도가 설계돼 시작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서일석 대표이사는 “사업한 지 29년째로 IMF도 겪어봤지만 요즘이 더 어려운 것 같다”며 “60개국을 돌아 다녀봤지만 우리나라만큼 정부가 기업을 옥죄는 곳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정부가 기업인들이 일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상수 태흥설비㈜ 대표이사도 기업하기 힘든 이유로 정부의 규제를 꼽았다. 김 대표는 “기업의 자금은 핏줄과도 같은 것인데, 정부의 대출규제로 인해 자금 회전이 잘 안 된다”며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애꿎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년인사회는 주요 기업인이 참석해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 등을 만나는 자리다. 대한상의가 매년 1월 초에 개최하는 경제계 최대행사로, 지난 한 해의 성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행사다. 그러나 올해 신년회에도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때문에 재계는 문 대통령의 불참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정부의 제일 화두는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인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공무원이 아닌 기업인이다. 대통령이 이런 자리에 참석해 기업인들을 격려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 대표도 “대통령이 이런 자리에 참석해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기업의 어려운 부분도 들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0.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0.1.3

정치계에서도 문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축사에서 “어제 4대 기업 총수만 부르고 일반 기업 총수는 부르지 않았다”며 “‘우리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 ‘경제는 국가다’ ‘경제는 시장에서 움직이고 일자리는 기업인들이 만든다’ 등 이런 얘기를 하면서 기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경제 철학을 바꿔서 국가의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을 돕는 것보다는 시장을 자유롭게 하고 규제를 없애 기업을 활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이날 행사가 마친 뒤 기자와 만나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의 하나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최일선에 있는 경제인들에 대한 격려와 따뜻한 배려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인들이 일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기회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손학규 대표가 잘 모르고 말한 것 같다”며 “어제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해 신년회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자리에는 그룹 총수뿐 아니라 소상공인연합회, 시장상인연합회, 브랜드K 등이 참석했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2일) 서울 남대문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정·재계 및 정부 인사 등 각계각층 250여명을 초청해 신년회를 연 바 있다.

한편 이날 그룹 총수를 대신해 참석한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권영수 LG 부회장은 올해 사업에 걸림돌은 무엇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공 사장은 대답을 하지 않았고, 권 부회장은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유남석 헌재소장,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노영민 비서실장, 최재형 감사원장, 이낙연 총리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유남석 헌재소장,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노영민 비서실장, 최재형 감사원장, 이낙연 총리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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