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이번에는 명품녀란다. 몇 해 전 ‘된장녀’로 시작된 ‘~녀’ 시리즈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녀, 월드컵녀, 태풍녀 등 세상에 이렇게 많은 ‘녀’들이 있나 싶을 정도다.

20대 혹은 30대 정도의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녀’ 시리즈는 집단 관음과 가학증, 정의감 등이 뒤섞인 일종의 사회 현상이다. ‘녀’라는 말은 엄연히 한자어로 여성을 뜻하지만 시리즈로 유행하는 ‘녀’에는 여성을 비하하는 느낌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을 저지른 여성들이 몰래카메라 등에 잡혀 인터넷 공간에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은 데서 알 수 있다. 지하철에서 자신의 애완견이 싼 똥을 치우지 않은 개똥녀 등이 대표적이다.

집단 관음증도 ‘~녀’ 시리즈에 한몫 한다. ‘~지하철녀’ 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지하철에서 여성의 드러난 하체를 몰래 찍어 섹시하다는 멘트와 함께 인터넷에 올려 집단 관음을 즐기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태풍 곤파스의 강한 바람에 쓰러지는 모습이 지상파 방송 뉴스로 내보내져 태풍녀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된 여성의 경우도 그와 비슷하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대책 없이 쓰러지는 장면을 내보낸 방송이나 그것을 따로 잡아내 인터넷에 퍼올리고 유포하는 이들 모두 한통속이랄 수밖에.
대학교 화장실에서 미화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욕설녀로 호되게 당한 여대생도 있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들로부터 떼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 도가 지나친 감도 있지만 ‘바르고 착하게’ 굴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겠다 싶은 정도의 경각심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등장한 명품녀는 또 무엇인가. 젊은 여성이 온몸에 명품을 두르고선 옷값만 모두 4억 원이네 어쩌네 하고 케이블 방송에서 자랑을 늘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네티즌들이 즉각 명품녀라 이름 붙이고선 떼로 비난을 퍼부었고 급기야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품녀’는 방송에서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작가가 써 준 대로 읽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전 남편이라는 사람이 그녀의 낭비벽 때문에 이혼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혀 그야말로 진실게임에 돌입했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그야말로 명품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먼 구역질나는 꼴이다.

한데 세무조사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당국이 그녀는 부자가 아니라고 단언하고 나선 건 또 무엇인가. 그녀가 진짜 부자라는 전 남편의 주장도 있고 하니, 좀 더 살펴보는 게 좋겠다.

아무튼 그 명품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끊임없이 탈이 나는 것일까. 명품녀에 대한 집단 비난은, 그녀가 정의롭지 못한, 이를테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상속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명품을 입고 차를 타고 먹으며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명품은커녕 짝퉁조차 맘 놓고 ‘질러’ 버리지 못하는 소박하고 평범한 그들이 좌절 혹은 분노하는 것이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단지 그것이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우리 사회가, 우리 의식이 우리도 모르게 탐욕스런 동물처럼 천박하게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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