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홍준표 “조건없이 돌아오라”
“대선은 한국당-민주당 구도”
유승민 “중도사퇴 가능성無”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사이에 보수진영 주도권과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 후보가 유 후보에게 조건 없는 통합을 요구하면서 양측 간 공방은 난타전에 가까운 모습으로 번지고 있다. 두 사람은 진보 진영과 혈투를 벌여야 하는 본선 레이스 시작에 앞서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보수의 적자로 인정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날선 공방은 본격적인 보수 단일화 싸움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양측 간 신경전의 발단이 된 것은 홍 후보가 바른정당에 대해 당대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을 제시하면서다. 그는 한국당을 ‘본가’로, 바른정당을 ‘집에 들어와야 할 식구’로 규정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함으로써 보수 진영의 양자 구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점을 거론하고 “탄핵의 원인이 없어졌다. 탄핵 때문에 분당했는데, 탄핵이 없어졌으니 분당할 구실이 없다”며 “어린애처럼 응석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돌아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건을 내거는 것은 보수 우파 진영을 궤멸시키려는 의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홍 후보 측은 진보 진영에서 2명 이상의 후보가 나가고 보수 진영에서 1명의 후보가 나오는 것을 전제로 우파 진영의 표가 결집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진보 진영의 다수 후보와 보수 단일 후보가 맞붙는 구도를 완성하기 위해선 보수 진영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 후보가 유 후보에게 조건 없는 복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보수 진영 주도권을 쥐면서, 향후 ‘보수 단일화’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유 후보의 완주 가능성도 회의적으로 보는 홍 후보는 “대선은 결국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구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 후보 측은 유 후보가 완주를 고집할 경우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다가 제풀에 지쳐 무너지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 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후보가 2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공설시장을 찾아 상주·의성·군위·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진욱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유 후보는 홍 후보의 통합 요구를 일축하면서 보수 지지층 표심 다지기에 나선 상태다. 이날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틀째 4.12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펼친 유 후보는 홍 후보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마이웨이’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 국회의원 재선거 현장선대위에서 한국당 후보를 겨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망치고도 대구·경북에 숨어서 정치하려는 저 세력들을 완전히 몰아내야 대구·경북이 다시 산다”고 했다. 

유 후보는 특히 홍 후보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 중인 상태임을 거론하면서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홍 후보가 주장하는 중도 사퇴론에 대해서도 “그런 가능성은 생각조차 못해봤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가 요구하는 ‘백기투항’엔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 간 신경전이 팽팽하지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 없이 본선에 나설 경우 사실상 승산이 없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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