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냉이
이윤근(1956~ )
햇살 따스한 이 봄날
종일 쪼그리고 냉이나 캐야겠다.
대소쿠리 넘치도록 봄향기를 담아보리라
어릴 적
힘들여 캔 냉이가 개냉이라시던
어머님의 웃음 섞인 조롱을 다시 받더라도
구멍 난 대소쿠리에 호미 담고
푸릇푸릇 밭고랑을 매의 눈으로
살펴봐야지
오는 길엔 춘희를 슬쩍 불러내
손 크게 벌려 한 움큼 집어
주어야겠다.
그럼 나물 무치는 고운 손이
내 생각으로 설레겠지
봄볕 같은 상상을 하며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리라
[시평]
봄이 왔다. 어느 결에 얼었던 땅이 녹고 작고 여린 싹들이 돋아난다. 참으로 신비한 것이 계절이 아닐 수 없다. 꽝꽝 얼어 전혀 녹지 않을 듯한 땅이 스르르 녹고, 또 이런 새 생명들이 돋아나니 말이다. 이런 봄날 종일 쪼그려 앉아 캐고 싶은 냉이. 그래서 대소쿠리 넘치도록 담고 싶은 봄 향기. 이런 상상만 해도 그 봄 싱그럽지 않은가. 더더구나 오는 길엔 춘희를 슬쩍 불러내 손 크게 벌려 한 움큼 집어 주어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그 나물의 향기를 무치는 그 고운 손 생각. 봄볕 같이 환한 이런 상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 봄날은 아, 아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향기롭고, 또 따스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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