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뉴시스)
교황이 세운 신부 ‘바티칸 기밀문서 누설’ 혐의로 체포
롬바르디 신부 “각종 루머, 개혁 반대 세력의 중상모략”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둘러싼 크고 작은 알력 다툼이 심상치 않다. 바티칸 주요 인사가 교황청 회계책임자의 노트북을 해킹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황청 스캔들이 또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바티칸 기밀문서를 절도하고 누설한 혐의로 신부가 체포되는 등 교황청이 어수선하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바티칸 수사당국이 교황청 재정·회계 책임자인 ‘리베로 밀로네’의 노트북 컴퓨터에 대한 해킹 시도를 파악하고 누가 이를 해킹해 정보를 빼내려 했는지, 배후는 누구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도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바티칸에서 일하는 한 몬시뇰(주교품을 받지 않은 덕망이 높은 신부)이 용의자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은 지난 6월 밀로네(회계법인 딜로이트 근무 경력 회계전문가)를 교황청 재정·회계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는 각종 비리 의혹을 안고 있는 교황청 회계를 투명하게 개혁하기 위해서다.

교황청 내부 인사가 제보한 문서 등을 바탕으로 교황청의 의혹을 파헤친 책 2권의 출간을 앞둔 시점에서 터진 이번 해킹 사건은 큰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황청 비리 담은 책 출간… 긴장하는 바티칸

출간될 책 중 1권은 2012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 일명 ‘바티리크스’로 불리는 교황청 내부 문서 유출 사건을 다룬 책 ‘교황 성하(His Holiness)’로 바티칸을 뒤흔든 기자 잔루이지 누치의 신작이다.

누치는 이 책의 제목을 ‘성전의 상인’으로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베네딕토 16세 사임의 내막과 연금 제도 및 자선 기부금 운영의 부패 등을 폭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초 교황청은 회계장부에서 누락된 자금 수억 유로(수천억원 상당)를 발견했다고 밝혀 충격을 준 바 있다. 바티칸은행 돈세탁 추문 재발방지 등을 위해 2014년 초 세워진 경제사무국의 초대 수장인 펠 추기경(호주 출신)은 수십년 동안 이탈리아 출신 인사들에 의해 엉망이 된 재정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여러 세기 동안 부도덕한 인물들이 바티칸 재정의 순진함과 비밀스런 절차를 이용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와 가톨릭교회의 스캔들에 관한 책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격하는 기사를 많이 써온 이탈리아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에밀리아노 피티팔디 기자가 ‘탐욕: 프란치스코 가톨릭교회의 부·스캔들·비밀 폭로문서’라는 책을 펴낸다.

최근 일부 언론들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티칸을 대상으로 잇따라 제기하는 의혹과 루머에 대해 교황청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들은 근거 없는 보도가 교황의 판단력이 온전치 않다고 암시하려는 ‘적들’의 시도로 보고 있다.

◆바티칸 기밀 절도·누설 신부 체포

스페인 출신의 몬시뇰이 바티칸의 기밀문서 절도와 누설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도 터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ABC는 바티칸 경제담당 기구의 서기 루시오 앙헬 바예요 발다 몬시뇰과 프란체스카 차오우키가 지난 수개월간 내사 끝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교황에게 바티칸의 경제·행정 조직 개혁에 관한 조언을 위해 세워진 조직의 서기 루시오 앙헬 바예요 발다 몬시뇰과 프란체스카 차오우키 위원을 바티칸 검찰이 기밀문서와 정보 절도와 유출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로베르토 자노티 바티칸 검사는 차오우키의 경우 도주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석방했다고 말했다.

발다 몬시뇰과 차오우키는 교황이 2013년 7월 가톨릭의 재무와 관리기구 개편을 위해 세운 ‘사도좌재무와 관리구조조정자문위원회(COSEA)’의 위원으로 임명된 인물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교황의 개혁 추진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롬바르디 신부는 “바티칸 형법상 기밀문서를 누설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발다 몬시뇰의 신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바티칸 검찰의 판단에 따른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교황청의 지난 추문과 새로운 제보를 담은 신간(5일 출간)과 관련해 “이런 종류의 출판은 혼동과 부분적 해석만 하게 만들어 진실과 정의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황청은 이들 작가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어 터지는 루머에 관해 교황의 개혁 추진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중상모략이라고 주장을 펴는 교황청이 교황과 바티칸 내 비리 등을 폭로할 신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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