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4세 임시고용 비중 34%
OECD 평균보다 4배가량 높아
과도한 연공서열 임금구조 지목
“점진적인 개혁 방식 바람직”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023.10.11.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023.10.11.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리나라 중장년층 임시고용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비중은 34.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임시고용은 기간제·파견·일일 근로자 등 얼마 동안의 기간에만 임시로 보수를 주고 사람을 부리는 고용 상태를 말한다.

성별로 보더라도 남성 33.2%, 여성 35.9%로 OECD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OECD 평균은 남성 8.2%, 여성 9.0%로 한국의 1/4 수준이었으며, 2위인 일본(24.1%), 3위인 멕시코(23.5%)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과도한 연공서열(근속이나 경력에 따른 임금 등 처우)과 정규직 보호가 조기 퇴직 중장년층의 정규직 일자리 재취업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고임금·고숙련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은 55~64세 남성 32.2%, 25~54세 여성 43.1%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시기 OECD 평균인 각각 47.2%, 50.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여성 근로자들도 고용 불안정성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미국 등 고용이 유연한 나라들과 비교해도 고용 불안정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미국은 연차가 늘수록 중위 근속연수도 함께 올라갔다. 반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는 40대 중반 이후 근속연수 증가세가 꺾였다. 60대를 맞이하는 전후로는 근속연수가 수직 낙하하다시피 뚝 떨어졌다. 직장 내에서 일하는 기간이 짧은 노동자들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얘기다.

특히 대기업 및 공공부문에서는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가 매우 가파른 점도 꼽힌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 한국의 임금 상승률은 15.1%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일본(11.1%), 독일(10.3%), 미국(9.6%) 등 주요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중장년층의 정규직 채용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공성을 약화하는 동시에 1년 미만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근속 1년 기준의 불연속적인 퇴직금 지급 의무로 인해 불필요한 분쟁이 잦고 고용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1년 미만 근속자의 (근속기간 비례) 퇴직금 지급 내지 퇴직연금 적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선 ▲사회보험 간 정합성 향상 ▲조세-사회보험 행정 간 연계성 강화 ▲소득파악 체계의 정교화 등이 꼽혔다. 구직급여의 경우 수급액과 수급 기간을 재설계해 보장성을 강화하고 복직을 포함한 구직 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지목됐다.

이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새로운 기준은 제도개혁 시점 이후 새롭게 체결된 고용계약부터 적용하는 점진적 개혁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노인 일자리로 알려진 ‘실버 택배’의 택배원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노인 일자리로 알려진 ‘실버 택배’의 택배원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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