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혁신
입원·수술·처치 분야 대폭 인상
2년마다 평가해 ‘수가 재조정’
‘소청과·산부인과’에 3조 투입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8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8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 입원·수술 등에 더 큰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현행 수가(의료행위에 지불하는 대가)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소아청소년과·분만 분야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화상·수지접합·소아외과·이식외과 등 외과계 기피 분야 등에 5조원 이상을 집중 보상하기로 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행위별 수가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대가치 수가 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수가제도는 의료행위마다 정부에서 진료비 단가를 정하는 ‘행위별 수가제’가 기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의료행위별 수가가 전체 건강보험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행위별 수가제도는 의료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따라서 치료 결과보다는 각종 검사와 처치 등 행위를 늘리는 데 집중, 치료 성과나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경증 환자를 많이 진료하면 할수록 더 많은 수가를 받게 돼 ‘과잉진료’를 초래하지만, 정작 중증환자 치료나 수술 등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행위별 수가제도의 단점을 극복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도록 지불제도를 가치 기반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현행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개편해 신속하게 ‘상대가치 점수’를 재조정할 방침이다. 상대가치 점수란 행위별 수가의 기본인 ‘의료 행위별 가격’을 뜻한다. 이는 크게 수술, 입원, 처치, 영상, 검사 등 5가지 분야로 나뉘며, 수술과 입원, 처치는 저평가됐으나 영상 및 검사 분야는 고평가돼 있다.

실제로 MRI와 같은 영상 검사는 원가의 116%, 검체 검사는 142%를 수가로 돌려받는다. 하지만 수술은 81.5%, 처치는 83.8%, 진찰이나 입원은 85.1%로 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친다.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의료인의 행위보다는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이 큰 셈이다.

박 2차관은 “상대가치 점수 결정의 핵심인 업무량 산정의 권한을 의사협회가 위임받았으나, 내부 조정에 실패하면서 진료 과목 간 불균형이 심화했다”며 “상대가치 개편 주기도 5∼7년으로 길어 그간 의료 환경의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상대가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줄이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박 2차관은 “상대가치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의사 대기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하고, 소아·분만 등 저출산으로 인한 저수익 분야의 사후보상제도 등으로 필수의료 분야를 제대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행위량보다는 최종적인 건강 결과나 통합적인 건강관리 등에 대해 보상하는 성과·가치 기반의 지불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올해부터 제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적용 중인 가운데, 향후 4차 상대가치 개편 시에는 필수의료 분야의 입원·수술·처치를 대폭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또 근거 중심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표준 원가 산정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원가 산정 기준으로 삼을 패널 병원은 현행 100여개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상대가치 대편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에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했고, 하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필수의료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할 방침이다. 분야별로는 우선 난도가 높아 의료 공급이 부족한 화상·수지접합·소아외과·이식 외과 등 외과계 기피 분야와 심뇌혈관 질환 등 내과계 중증 질환 등 분야에 총 5조원 이상을 보상한다. 저출산 등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든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 분야에는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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