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주민들이 경찰과 갱단의 충돌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6일(현지시각)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주민들이 경찰과 갱단의 충돌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갱단의 무장 폭력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티에서 성직자와 종교인 납치 사건이 확산하는 등 현지 기독교계가 갱단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 보도에 따르면 아이티 주교회의 회장인 막스 르로이 메시도르 대주교는 최근 한 가톨릭 자선단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에서 무서운 속도로 납치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아이티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으며 특히 목회 활동이 매우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티에서는 국토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갱단의 폭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티 국민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유엔에 따르면 살해, 부상, 납치 등을 포함해 지난해 아이티 갱단 폭력 피해자는 8400명 이상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약 4000명이고 약 3000명이 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갱단의 폭력에 집을 떠난 피난민은 30만명 이상이 발생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인구 절반인 490만명이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 살고 있다.

아이티 내 기독교 성직자와 교인들도 위험에 노출됐다. 메시도르 대주교는 “갱단은 교회에 들어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납치하기도 한다”며 “어디에서나 납치 사건이 발생해 종교인을 포함한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전이 일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에 처해 있다”며 “무장 갱단은 조직화된 군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메시도르 대주교의 말처럼 갱단은 교도소를 습격하고 항구를 장악하고 수십개의 상점과 경찰서를 불태우고 국제 공항까지 포위하는 등 대규모 수도 공격에 나섰다. 갱단들은 대통령 궁부터 경찰 본부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심에서는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거리에는 시체가, 병원에는 총상 입은 피해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메시도르 대주교는 “폭력과 갱단의 발발로 인한 고통, 총격, 빈곤 속에서 사역을 이어 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위험 속에서도 사명을 완수하기 원하는 용감한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가톨릭 박해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가톨릭 단체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ACN)’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총 132명의 가톨릭 신부와 교인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체포되거나 납치되거나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2년보다 8명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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