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5개월째 이어지며 사망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번 전쟁을 끝으로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과 아랍 주변국 등 많은 나라들이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토록 한다는 구상인 ‘두 국가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두 나라에게 평화를 줄 수 있을까.

이란 출신 칼럼니스트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Shekoofeh Dadgostar Mansori)는 양국 갈등 종식을 위해 제시된 해결법들을 소개하고 최근 각국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집트·스페인 등 국제사회

”‘두 국가 해법’ 수용해라“ 촉구

이스라엘, 가자 개입 의지 커

양국 공존·평화 해법 모색해야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가자지구 북부 주민 약 100만명이 점점 심해지는 폭력 사태를 피해 남부의 안전한 지역으로 피난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에서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수천명이 이 혼란의 희생양이 됐다.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는 소위 ‘두 민족, 두 국가(two nations, two countries)’ 해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인접한 서안 지구,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의 1967년 이전 국경을 기반으로 팔레스타인국가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수장인 조셉 보렐(Josep Borrell)은 ‘두 국가 해법’의 핵심이 바로 팔레스타인 지역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해온 서안지구 상황이라고 봤다. 또 이는 양국 간의 장기 평화 협정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현재 약 49만명의 이스라엘인이 1967년 6일 전쟁 중에 점령된 서안 지구의 여러 정착촌에 거주하고 있다. 역대 이스라엘 행정부는 이 정착지를 인정하고, 합법화하는 것은 물론 성장시키려 노력해 왔다. 반면 국제사회는 정착촌 관련 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 감시기구들은 합의 과정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주변국, 이스라엘에 ‘팔 국가 인정’ 촉구

사메 쇼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 해법을 실행할 여건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집트가 이-팔 평화재건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스페인 총리도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존중하고 폭력을 종식하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인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량 학살’을 했다고 비난하고 이스라엘의 행동을 아돌프 히틀러의 유대인 말살과 비교했다. 아프리카 정상들은 회담 자리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살을 중단하라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이 추진됐더라도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같은 폭력사태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이 아라파트 시대와 세속적인 팔레스타인이 부상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하마스의 잠재적 위협보다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하마스는 소규모 무장 종교 운동이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당국, 마흐무드 압바스 및 기타 세속적 팔레스타인인들이 국제적인 지원을 받아 정부를 구성하고 유엔(UN)에 가입했다.

그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고수해 왔으며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그는 가자 분쟁이 계속되더라도 팔레스타인 당국이 복귀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역 보안을 책임지고 그곳에 비군사 사무소를 개설하며 도시 젊은이들의 반이스라엘 감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네타냐후 총리가 나라 안팎으로 극심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강대국인 독일과 영국도 이 지역에서 휴전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테러의 근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자치정부(PNA) 사이의 균열은 국가 지위에 대한 서로 다른 비전과 각자의 배타적 조건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 복잡한 퍼즐에서 하마스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역할임에도 외견상 없어서는 안 될 유력한 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각각 고유한 가능성과 과제를 지닌 거미줄처럼 복잡한 시나리오들을 제시한다. 잠재적 해결책이 존재하지만, 분쟁의 뿌리 깊은 성격을 고려할 때 그러한 해결책은 종종 불가능하거나 달성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의 복잡성 때문에 해법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거나 이상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인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환경에서 추진되는 해법은 기존의 지혜와 기대를 무시하고 예상치 못한 파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안지구=AP/뉴시스] 지난해 6월 1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지밧 제에브에 건설된 신규 주택단지. 2024.03.07.
[서안지구=AP/뉴시스] 지난해 6월 1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지밧 제에브에 건설된 신규 주택단지. 

◆유엔에도 못 맡기는 갈등 해법

두 국가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해결법으로 대략 3가지 길이 제시돼 있다. 물론 각각의 길은 고유한 복잡성과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 급진주의자들이 내놓은 첫 번째 제안이다.

가자 주민들을 시나이반도 사막으로 이주시키자는 안이다. 이 해법은 이집트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집트는 이 길이 안보·사회·경제적으로 만만찮은 파급효과를 낳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많은 물류, 인도주의적 위기가 촉발될 것이라는 합리적 우려다.

두 번째 해결책은 가자지구의 거버넌스를 사우디아라비아나 모로코와 같은 온건한 아랍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정치적 현실과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들 국가가 가자지구를 통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상존한 가운데 대부분의 온건한 아랍 국가들에게 이 옵션을 실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 번째 제안은 유엔에 분쟁 해결 책임을 맡기는 길이다. 물론 유엔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의제를 가진 다양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런 접근 방식이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가자 분쟁 주체들이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데, 다양한 이해관계로 맺어진 유엔이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공식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3가지 제안과 별도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군부대와 경찰 부서를 통제할 것을 제안하는 미묘한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물론 네타냐후 총리가 어떤 비군사 부서가 지방 당국에 속하게 될지, 책임 분담이 실행될 메커니즘은 뭔지 등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모호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직접 이해당사자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 지역을 둘러싼 복잡한 역사와 정치, 인도주의적 고려사항과 씨름하면서 분쟁에 대한 실행 가능한 해결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제시한 대안적 접근 방식을 팔레스타인 쪽에서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개입 위험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는 가자지구 인구를 지중해 연안을 따라 제한된 8제곱킬로미터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수반할 수 있다. 이런 무리한 조치는 심각한 물류 및 인도주의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이미 소외된 가자지구 주민들의 불만을 촉발하고 또 다른 하마스와 유사한 단체가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이런 행동에 강력히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판, 심지어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합의를 위반하면서 의제를 추진해 온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지역 긴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을 받고 느낀 충격을 이해해야 한다. 이스라엘 사회에는 이번 하마스 공격이 두 번째 홀로코스트를 상징한다는 정서에 휩싸여 뿌리 깊은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드러냈다. 집권 세력이 가자 전쟁을 국가의 실존적 문제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정치적 해결책을 무시하고 힘에 의한 현상 변화만을 고집한다면 오랜 갈등을 교착시키는 것 외에 다른 길을 제시할 수 없다. 양측의 근본적인 불만과 열망을 해결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없다면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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