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단지, 거래가 1억~2억↑
“스트레스 DSR 시행된 여파”
현재 매물 쌓이는 중 8만여건
“매수·매도 눈치싸움 이어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5% 하락하면서 1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1주 연속 올랐다. 사진은 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2024.3.1. (출처: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5% 하락하면서 1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1주 연속 올랐다. 사진은 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2024.3.1.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이 두 달 연속 회복세를 보이면서 강남 등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거래가도 상승하는 양상이다. 1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이후 신생아 특례대출이 이어졌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달 들어선 인기 선도 지역의 매수 문의가 줄고 있고, 매물도 늘어 ‘반짝 상승세’가 주춤해질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을 선도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 일대 주요 아파트 단지들은 최근 거래가 늘며 실거래가가 1억∼2억원가량 상승했다.

특히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해 말 거래 부진으로 올해 초 21억∼22억원대까지 떨어졌지만, 현재 23억∼24억원대를 회복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서도 지난달 24일과 26일에 해당 주택형 20층과 7층이 각각 24억 1천만원, 23억원에 거래됐다.

잠실 엘스 전용 84.8㎡도 연초 22억원대에서 지난달 말에는 23억 500만원, 이달 초 23억 6천만원에 거래됐다.

잠실의 한 중개업자는 “연초 호가가 떨어진 매물들이 나왔고 지난달 26일부터는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서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대기수요가 일부 움직인 결과”라면서도 “호가가 오르니 이달 들어선 일단 추격 매수세는 주춤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의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도 상승 거래가 잇따랐다. 최근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89㎡는 26억 4천만원에 팔리며 연초보다 6천만원가량 오른 가격에 팔렸고,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98㎡는 작년 말보다 1억원 비싼 40억원에 거래됐다.

강북에서도 실거래가가 오른 단지들이 등장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해 말보다 1억원가량 오른 14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됐다.

아현동 현지 중개업자는 “지난달 스트레스 DSR 시행 전에 집을 사려고 계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연초에는 13억원 선으로 가격 흥정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가격 조정이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 79.25㎡는 지난달 6억 7500만원에 거래돼 작년 하반기와 올해 초보다 실거래가가 3천만원 이상 뛰었다.

서울 전 지역에서 상승거래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1월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542건으로 지난해 12월(1824건)보다 40% 증가했다. 2월 거래량은 3월 현재 1730건으로 1월과 비슷하거나 많을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5% 하락하면서 1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1주 연속 올랐다. 사진은 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2024.3.1. (출처: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5% 하락하면서 1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1주 연속 올랐다. 사진은 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2024.3.1. (출처: 연합뉴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전문가들이 1월 말 특례보금자리론이 끊긴 후 거래량이 줄고 집값도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며 “정부가 새해 초부터 신생아 특례대출을 풀었고, 지난달 26일 스트레스 DSR 시행 직전 매수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남 일부 대단지에서 집값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3월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스트레스 DSR 등 대출 규제가 본격화했고, 매물도 쌓여가고 있어서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8만여건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가 8만건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3일(8만452건) 이후 4개월 만이다.

계속되는 고물가로 금리 수준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부동산 침체를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6.7%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8.3%) 이후 가장 높다. 정부가 물가상승률 2%대를 목표로 정책을 펴는 이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시장에선 매수 수요와 집주인들이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도 “집을 보겠다고 찾아오긴 하는데 가격이 오른 뒤엔 계약은 잘 안된다”며 “싼 매물을 찾는 매수자들은 종종 있지만 집주인들도 급할 게 없어 서로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최근 호가가 오른 영향인지 매수 문의가 뜸하다”며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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