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성 전 명지전문대 겸임교수/법학박사

서울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올해 12월 말로 폐쇄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 모델을 발굴하고 민간 재가요양서비스기관이 기피하는 중증의 장애인과 치매노인 등에 대한 재가 돌봄서비스를 공공영역에서 지원하겠다는 목적으로 2019년 3월 설립되었다.

민간 재가요양서비스기관에 소속된 방문요양보호사는 시급제인 비정규직으로서 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체계에 따라 최저포괄시급을 적용하여 임금이 산출된다.

매주 5일 근무하고 하루 4시간 돌봄서비스 활동을 한 요양보호사는 실수령액 기준으로 약 70만원 남짓 월수입을 거두고 있으나, 감정노동자로서 거동이 불편한 중증의 장애인이나 재가 치매노인의 활동을 지원해야 하는 업무의 난이도로 인하여 이직이 잦은 기피업종에 속한다.

사회서비스는 사회복지 종사자에 의한 대면서비스 성격을 갖고 있어서 사회복지종사자 개인의 자긍심과 책임감에 상응하는 적정한 처우와 보상은 사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의 경우에도 직업만족도와 돌봄서비스의 질적 수준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공개채용으로 고용한 요양보호사의 안정된 소득 보장을 위해 월급제 방식을 적용하고 신분보장과 함께 5대 보험 가입뿐만 아니라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상담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수준 높은 요양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취지는 설립 당시 일견 타당해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설계할 당시에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다. 바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이었다. 민간 재가요양서비스기관은 요양보호사의 실제 근무시간에 비례하는 수입구조를 갖고 있지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월급제 요양보호사를 유지·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적자가 불가피한 취약한 재정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매년 약 200억원 수준의 서울시 출연금을 필요로 했으며, 이로 인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약 800억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출연금을 서울시가 부담해야 했다.

결산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수입에서 서울시 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53%에서 많게는 65%인 반면, 사업을 통한 자체 재원은 15%에서 30% 정도밖에 이르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설립 준비단계부터 수익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견해가 있었고 재정적 파국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의존적인 재정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기획하지 못했다.

기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뿐만 아니라, 복지서비스 제공기관을 경영함에 있어서 재정적 순환 연결고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체재원보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 어떤 공공정책과 공공서비스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파국을 면할 수 없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쇄가 가져올 더 큰 문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요양보호사와 라포(공감관계)를 맺은 요양보호 대상자가 겪을 수 있는 돌봄서비스의 단절 위험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요양보호사는 월급제이고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재가 치매노인의 요양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비슷한 수준의 요양 돌봄서비스가 제공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실 요양보호사의 업무는 고되다. 요양보호사의 돌봄서비스는 사람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의미의 ‘살림’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 돌봄서비스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노인이 된 자식이 노인인 부모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수준 높은 요양보호사 확보와 돌봄서비스 질의 담보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적 중요도의 평가는 사실이 아닌 인식에 기반을 둔다고 했다. 젠더 관점에서 보면 요양보호사의 일은 ‘여성’의 역할로 인지되고 있어서 업무의 강도와 비교할 때 그 처우는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적정한 경제적 뒷받침은 필수이다. 비록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실험은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보호사 처우기준의 현실화와 요양보호사에 대한 지원 방안 과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겠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예상되는 재정적 파국은 중앙정부와 여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입안과 집행에 있어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인기영합적인 다수의 정책이 중복 시행되거나 실효성 없이 집행되고 있는 사례를 너무도 익숙히 봐왔다.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정책과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은 정치가 아닌 전문가의 영역이며 이들의 의견과 견해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주는 값비싼 교훈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