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과 깡패들에 따른 결과”
나발니 아내 “푸틴, 대가 치를 것”
러시아 내부에서 추모 집회 열렸으나
당국, 17개 도시서 172명 이상 구금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020년 2월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를 추모하는 행진에 참석했다. 2023.12.26.
[모스크바=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020년 2월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를 추모하는 행진에 참석했다. 2023.12.26.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사망한 가운데 그의 죽음이 러시아와 미국 등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17일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 수백만명이 그렇듯 난 정말로 알렉세이의 사망 소식이 말 그대로 놀라운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그는 푸틴 정부가 저지른 부패와 폭력, 그리고 모든 나쁜 일들에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법원이 교도소 내 식사 시간과 도서 소지 제한 규정을 폐지해달라는 러시아 반(反)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요청을 기각했다고 11일(현지 시간) 뉴스리빗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복역 중 교도소를 상대로 재기한 재판에 온라인으로 출석한 나발니의 모습. (AP/뉴시스) 2024.01.13.
러시아 대법원이 교도소 내 식사 시간과 도서 소지 제한 규정을 폐지해달라는 러시아 반(反)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요청을 기각했다고 11일(현지 시간) 뉴스리빗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복역 중 교도소를 상대로 재기한 재판에 온라인으로 출석한 나발니의 모습. (AP/뉴시스) 2024.01.13.

그는 “착각하지 말라. 푸틴이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푸틴에게 책임이 있다”며 “푸틴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의 국민을 공격할 뿐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의 악의적인 공격과 전쟁 범죄로부터 스스로 계속 방어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푸틴 대통령을 옹호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한 듯 “우리 모두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국이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침공하도록 권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험한 발언을 반박해야 한다”며 “그는 나토 설립 당시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과 이후 재임한 미국 대통령들이 ‘무덤에서 탄식할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인 한 미국은 나토 동맹들에게 한 신성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X(트위터)에 올렸다. (출처: 니키 헤일리 X)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X(트위터)에 올렸다. (출처: 니키 헤일리 X)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침묵하는 가운데 그의 대선 공화당 경선 라이벌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나발니의 사망은) 푸틴이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가 칭송하고 옹호하는 그 푸틴이 그랬다”고 지적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푸틴이 정적을 살해했는데 트럼프는 푸틴이 우리 동맹들을 공격하도록 권유하겠다고 한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독일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다가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곤 예정에 없던 연단 발언에 나섰다.

[뮌헨=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배우자 율리아 나발나야가 1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해 나발니 사망 소식 관련 발언 하고 있다. 2024.02.17.
[뮌헨=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배우자 율리아 나발나야가 1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해 나발니 사망 소식 관련 발언 하고 있다. 2024.02.17.

나발나야는 “푸틴과 푸틴 정부를 믿을 수 없다. 그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 만약 그것(나발니 사망)이 사실이라면, 푸틴과 그 주변의 모든 사람, 푸틴의 친구들, 그의 정부가 우리나라와 내 가족, 남편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를 바란다. 그날은 곧 올 것”이라고 힐난했다.

영국은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불러 항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영국 외교부는 “영국은 러시아 외교관들을 소환해 러시아 당국에 (나발리 사망에 관한)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X를 통해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도 “푸틴의 러시아는 나발니에 대한 혐의를 조작하고 그를 독살하려 했으며, 북극 형무소로 보냈다”며 “이는 나발니는 비극적으로 죽었다. 푸틴은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도 그 끔찍한 본질을 의심해선 안 된다”고 올렸다.

러시아 내에서 벌어진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가 구금된 이들의 숫자. (출처: 러시아 인권 단체 OVD-Info X(트위터))
러시아 내에서 벌어진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가 구금된 이들의 숫자. (출처: 러시아 인권 단체 OVD-Info X(트위터))

러시아 내부에선 나발니에 대한 추모를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 인권 단체 OVD-Info에 따르면 러시아 17개 도시에서 벌어진 추모 행사의 참가자들이 172명 이상 구금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 9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예비군 동원령 반대시위에서 1300명이 체포된 이후 최대 정치행사 체포 건수다.

로이터는 모스크바 거리에 있던 수백개의 꽃과 양초들도 다 치웠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다음달 15~17일 대선을 치르는데, 나발니의 죽음이 대선에서의 변수가 되지 않도록 내부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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