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때가 되면 벌어지는 탈당과 창당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계절이 바뀌면 옮겨 다니는 철새처럼 보인다. 그런데 철새야 자연현상에 따라 생존을 위하여 옮겨 다니지만, 정치인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옮겨 다닌다는 점에서 철새와는 다르다. 사람이 정치적 소신을 바꿀 수도 있지만, 유독 선거철에만 자기 소신을 바꾸는 것인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한 국가에서 정치체제는 국가의 헌법 질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 규범이고 국민의 결정으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점에서 국가의 최고 법질서이다. 정치체제는 헌법으로부터 형성되고 보호를 받고 있어서 국가의 정체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정치는 국가권력을 형성하고 구축하기 위한 기본 틀이기 때문에 헌법은 국민의 정치활동을 보호하고 정치제도를 보장한다.

헌법을 보면 제1조부터 대한민국의 정치를 언급하고 있다. 헌법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라고 하면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가권력은 국민에 의하여 만들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대의제 민주주의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국민이 국가권력의 실체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대표를 선출하여 국정을 위임할 수 있다.

헌법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위하여 국민에게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고, 스스로 대표가 될 수 있는 피선거권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이에 근거하여 선거제도를 규정하면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등 선거원칙을 통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헌법은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지방의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지방선거권도 보장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 누구나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지만, 개인이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근대에 정당제도가 탄생하였다. 정치적 신념과 이상이 같거나 유사한 사람끼리 모여 만든 단체가 정당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당은 서로 견해가 다른 집단이 세를 규합하여 만든 단체라는 점에서 초기에는 양당제로 출발하였다. 그렇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기 위하여 정당제도도 다당제로 변하였다.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복수정당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복수정당제도는 양당을 넘어서 다당제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정당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로 국가기관이 아니라 사적 단체이다. 그런데도 헌법은 정당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정치적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헌법도 정당이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정당을 규율하기 위하여 정당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정당법은 정당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정당법은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는 정당이 중심이 되고 있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속 정당을 떠나거나 새롭게 정당을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역사에 다른 선진 국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정당이 태어나고 사라지고 있다. 정당명만으로 본다면 10년을 넘어가는 정당이 없을 정도이다.

헌법과 정당법에서 밝히고 있듯이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정당은 선거에서 후보를 내세우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진출하여 국정에 참여하고 국가권력을 위임받아 행사한다.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인은 정당의 후보로 나서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의무를 규율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권을 행사하게 된다.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국익 우선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헌법상의 의무를 국회의원들은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들도 국익 우선의 의무를 아는지 모르겠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애쓰는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