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전쟁으로 밀린 北이슈
최근 北위협 등에 美주류 관심
美일각 북 전쟁 벌일 가능성도
국내선 일축… 우발적 충돌 경계
미, 한반도 전선 확대 우려하는듯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2024.1.22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2024.1.22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비교적 이슈에서 밀려나 있던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위협 발언과 맞물린 최근의 군사 동향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유력 언론 등의 관심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정부도 북한의 위협을 이전과는 달리 취급하는 기류가 읽히고 연일 미 정부의 언론 브리핑에서는 북한의 전쟁 준비 여부라던가 북러 군사 현황 등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4일(현지시간)자 미 워싱턴포스트(WP) 사설에도 북한 위협을 강조하는 내용이 다뤄졌는데, 미 주류 언론들도 최근 연이어 북한발 위협에 대한 기사를 지속해서 싣는 등 북한 관련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지구촌 두 개의 전쟁 관여로 여력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간 동어 반복적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만을 반복하던 미국이 북한의 적대적 위협과 최근 북러 군사협력에 경각심을 높이고 있는 양상인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동북아 핫이슈로 등극한 모양새다.

◆北이슈에 관심 쏟는 美언론들

다음달 개전 2주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여기서 확장된 예멘 후티 반군과의 충돌 등 여러 안보 현안이 발생하는 동안 미국 언론들에게 북한 이슈는 한참 뒤로 밀려 있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노선 폐기를 선언한 동시에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하며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는 한편, 최선의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북러 군사협력을 본격화하면서 기류가 달라진 형국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증가하는 북한 위협, 무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 위원장의 남북한 적대적 국가관계 발언,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수중 핵무기 체계 시험 등 북한의 조치 등을 열거하며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도발을 바이든 행정부는 더 심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와 첨단 미사일 추구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오랜 노력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 미국 정권이 고립·제재·보상 등 여러 수단을 썼지만 어떤 것도 통하지 않은 터에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무기 지원 대가로 북한에 정교한 무기 기술을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최선희 외무상이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대기할 때 북측 수행원이 들고 있던 서류 표지가 관측됐는데 여기에는 ‘우주기술 분야 참관 대상 목록’이라는 제목과 참관 장소로 추정되는 우주로케트 연구소 ‘쁘로그레쓰’, ‘워로네쥬 기계공장’ 등이 적혀있었다. 일부 글자가 명확히 식별되지 않았으나 서류에선 ‘우주광학생산센터’로 추정되는 시설 명칭도 포착됐다.

미국 주류 매체도 연일 북한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 NBC뉴스는 23일 ‘김정은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발적인 충돌과 제한된 북한발 공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빠르게 비화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21일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미국에 인정받는 것이 김 위원장의 궁극적 목표라고 전했다.

◆美정부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

개전한 지 만 2년이 다 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미국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북한발 안보 위협 역시 바이든 행정부 안보 현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듯했지만 최근 양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의 대언론 브리핑에서는 잇달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취재진들의 질문이 나오고 있으며, 언론 매체와 싱크탱크에서 북한발 위협을 다루는 빈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사회가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북한 도발에 내포된 대미 메시지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미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발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외교의 무대로 돌아올 것을 북한에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 일본 등 역내 동맹국들과 함께 대북 억지력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도 북한의 위협을 이전과는 달리 무겁게 여기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최소 수십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 무력 수준과 최근 한반도 정세를 감안할 때 위협을 단순한 말폭탄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핵 능력을 포함해 군사력의 지속적인 증강을 추구하고 있는 체제를 책임지는 사람(김정은 위원장)의 수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북한의 군사 동향에 대해 “우리는 매우,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미국에 다음가는 군사대국인 러시아와 노골적으로 무기 거래를 하고 있는 점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탄약·미사일 제공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을 획득할 경우 미국 안보에도 발등에 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인 셈이다.

◆美주류 北동향에 관심 높이는 배경은

미국 주류의 이런 관심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무력 시위와 남한에 대한 전례 없는 적대적 발언, 북러 군사적 협력이 심상찮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은 실제 연달아 대적 투쟁을 전개하고 무력시위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과거와 달리 실제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미 전문가 일각에선 나오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접경지역 등지에서 우발적 충돌에 의한 국지적 도발은 경계해야 하지만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이 일을 벌려도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경우라면 경제적 여건상 전쟁 지속 능력이 없다는 설명과도 같은 맥락이다. 혹여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등의 관여로 확전 가능성 없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되려 올해 남한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과격한 표현이나 도발 자극이 더욱 걱정이라는 지적이다. 안보를 정치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 입장에서는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국제적 역학 관계가 더 없이 좋은 형국이라 전쟁 가능성은 더 줄었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대치 구도 심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입각한 고강도 대북 제재망에 큰 구멍이 나는 등 북한을 뒷받침할 내편이 생긴 만큼 전쟁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간혹 무력 시위를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대비하려 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기간 신냉전 외교를 활용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적극 매진할 것이라는 진단인데, 이는 북한이 중국을 넘어 러시아라는 ‘뒷배’를 확보하면서 가능해졌다고 보고 이 같은 정세를 미국이 심상치 않게 여긴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발 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이라는 풀이와도 궤를 같이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이어 한반도에서도 충돌이 불거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자랑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전선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것인데, 미국의 최근 관심은 이런 걱정이 크게 작동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미중관계가 작년 11월 정상회담 이후 갈등 관리 모드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북 관리를 요구할 정도의 신뢰가 형성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미국으로선 조건 없는 북미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동시에 당분간 한국, 일본과의 긴밀한 안보 공조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미국 전역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한일 사이를 디커플링(decoupling·분리) 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는데,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커질 경우 아직까지는 일부 전문가의 견해이긴 하지만 미국의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공약이 흔들릴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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