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을 맡았다가 최근 사표를 낸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형사34부 부장판사가 대학 동기 단체 대화방에 “내가 조선 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라며 어이없는 변명을 했다.

‘사또 재판’을 할 수 없어서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사또 재판’ 운운한 것은 판사 역할을 해야 하는 고을 수령이 검사 역할까지 겸해 다짜고짜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윽박지르는 조선시대 재판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심판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강 부장판사가 ‘증인이 50명이나 되는 사건’을 언급한 것은 더욱 기가 막힌다. 강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재판을 6개월 안에 1심을 선고하도록 한 선거법 규정을 무시하며 16개월을 끌었다. 증인이 많으면 재판 횟수를 늘리면서 하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2주에 1회씩 재판 기일을 잡았다가 결국 1심 판결도 하지 않았다.

강 부장판사는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하니 참 답답하다”라고도 했다. ‘재판 지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지역감정에 편승한 비난으로 매도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재판을 질질 끌지 않았다면 출생지를 들어 재판 지연 의도를 의심하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부장판사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니 놀라울 뿐이다. 현재 판사들의 무책임한 정치편향은 도를 넘는다.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작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법조계 상식을 넘어서는 극단적 판결이었다.

박 판사는 정치적 편견을 여러 차례 인터넷에 올렸던 사람이었다. 판사들이 정치인 재판만 맡으면 눈치를 보는 사실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21대 국회의원 26명에 대한 1심 평균 기간은 887일로 일반인(185일)의 5배에 가깝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황운하 의원은 4년, 위안부 후원금 횡령 혐의의 윤미향 의원은 2년 5개월이 각각 걸렸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도 1심만 15개월째 진행 중이다. 늑장 재판과 눈치 보기가 범법자 정치인 양산을 부추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부장판사와 같이 무책임한 행태가 반복된다면 법치를 우롱하고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범법자들은 사법부까지도 우습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취임사에서 신속·공정한 재판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던 조희대 대법원장은 판사들 사이에 만연한 무책임, 정치편향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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