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당 혁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재명 대표에게 ‘당 대표직 사퇴 및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끝내 이 같은 요구가 거절되자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비이재명(비명)계 모임인 ‘원칙과상식’의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도 이 전 대표에 앞서 “방탄·패권·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는 탈당의 변을 남겼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지난해 연말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갔다. 정대철·문희상 등 원로들도 당 운영의 비민주적 행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민주당은 당내 분열 위기 속에 ‘이재명 사당화’ 우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일 때, 이 대표와 측근인 정성호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두 사람은 성희롱 발언을 한 친명계 현근택씨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이 대표가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묻자 정 의원은 “당원 자격정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대표가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라고 반응하자 정 의원은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습니다”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당 차원 윤리 감찰, 최고위원회의 징계 논의 등을 건너뛰고 당 대표와 측근 의원 둘이 징계 수위를 사실상 결정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당원 징계를 논의할 어떤 당직도 맡고 있지 않다.

비명계는 “사당화의 완전 증거를 보여준 사례”라고 반발했다. 공교롭게도 그 후 ‘원칙과상식’ 4인방 중 한 명이던 윤영찬 의원이 잔류로 돌아섰다. 동료 의원들의 탈당 기자회견 30분 전이다.

윤 의원은 현 부원장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지역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이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서 현근택씨의 도전을 받고 있었는데 현씨 관련 이 대표 문자 메시지가 폭로되며 현씨 대신 자신이 공천받을 가능성이 생기자 태도가 돌변했다.

민주당의 분열상은 이 대표가 변화와 혁신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면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당헌·당규는 모두 고쳤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개딸’의 권한을 강화해 다른 당원들이 자신에게 도전할 생각조차 못 하게도 했다. 당헌 당규가 있어도 무시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와 극렬 지지층의 환호에만 의존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피습 후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해야 한다”면서 “나 역시 다시 한번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부터 스스로 실천보다 말이 앞섰던 과거에 대한 성찰부터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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