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양자기술(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은 미래산업의 게임체인저이자 현재의 산업 판을 획기적으로 바꿀 파괴적 혁신기술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수십억 년이 걸려야 깰 수 있는 암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일반 컴퓨터보다 진일보한 컴퓨터가 아니라 기존 컴퓨터로 접근이 불가능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첨단 기술이다. 다양한 연구, 기술, 산업 등과 각각의 응용 분야에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해서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개발해 현재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양자통신은 이론적으로는 절대 보안 달성이 가능하다. 양자암호통신 분야는 주요 양자기술 가운데 가장 빠른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양자컴퓨터 등장에 따라 기존의 디지털컴퓨터로 풀 수 없었던 복잡한 암호체계 붕괴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선점해야 하는 기술 분야이다.

양자센싱은 레이저를 목표물에 비춘 후 반사되는 빛을 감지해 사물과의 거리 및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광자 단위 인식 가능, 도로 위 타이어나 어두운 밤 검은 옷 식별 등 빛 반사도 낮은 물체 정확히 탐지한다.

양자기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가 보안 기술로 취급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그 기술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세계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양자기술은 국가 보안기술로 취급해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어렵다. 기존 기술체계와는 다르기 때문에 기술적 접근 난이도가 높다.

국내 양자기술 생태계는 아직 취약하다.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반도체 역량을 갖췄지만, 핵심인력이 부족하고 산업 생태계도 미흡한 실정이다.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의 후발 주자인 한국은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 기술의 답습보다 5년, 10년 후의 양자컴퓨터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원천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정부는 양자기술을 국가 10대 필수 전략 기술 중 하나로 정해 기술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최소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양자 과학기술을 선도국의 85%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양자 핵심인력도 현재의 7배 가까운 2500명까지 늘리고 양자분야 종사인력도 1만명을 양성한다. 2035년까지 양자산업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높이고, 양자기술을 공급하고 활용하는 기업도 1200개까지 늘린다.

양자컴퓨팅은 여러 기술방식이 경쟁 중임을 감안해 다양한 혁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원하되, 기술 성숙도 및 비교 우위 등 변화·발전을 수시 점검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 2031년까지 큐비트(양자비트)급 초전도 기반 범용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자체 기술을 확보한다. 고전 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연계하는 기술개발도 지원한다.

양자통신은 양자암호통신망 구축과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양자통신용 장비부문에도 집중 지원한다. 2030년대 100㎞급 양자 네트워크를 개발해 도시 간 실증을 추진한다. 양자센서 분야는 원천기술들을 융합해 무(無) GPS 항법, 양자 레이다 등 고전 센서를 뛰어넘는 센서를 기업과 공동 개발한다.

우리는 반도체 생산 공정, 휴대폰이나 평면 TV, 자동차 등 집적도가 높은 시스템의 설계와 대량생산, 통신망 설계와 운영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금년에는 내일의 양자 기술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들을 집중 육성해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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