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영결식 후 다비식

칠장사서 화재 속 법구 발견

막강한 영향력 행사했지만 비판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이지솔, 김성완 기자] 칠장사 화재로 갑작스럽게 입적한 자승 스님에 대해 대한불교조계종이 스스로 선택해 분신했다는 입장을 냈다.

돌연 입적에 교계가 충격을 받은 모습인데, 종단인 조계종은 침통한 분위기 속 5일장을 치르기로 했다. 분향소에는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경각심”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자승스님이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까지 강한 포교 의지를 드러내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가 돌연 입적한 것을 두고 무분별한 의혹이 확산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8년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며 종단을 이끌었고, 퇴임 후에도 여전히 활동을 지속해왔던 만큼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 조계종이 큰 충격에 빠졌는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문 역시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례는 종단장으로 5일간 치르기로 했다. 12월 3일 조계사에서 영결식을 엄수한 뒤 스님이 출가한 용주사로 법구를 운구해 다비식을 거행한다. 서둘러 마련된 분향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자승스님은 전날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에서 입적했다. 전날 오후 6시 50분께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자승 스님의 법구가 발견됐다.

◆한국 불교 대표 ‘행정승’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은 자승스님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행정승으로 손꼽힌다.

스님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조계종 총무원장을 연임하며 종단 내 최고 실세로 여겨졌다.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며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되며 최고의 지위에 올랐고, 2013년에는 재선돼 총 8년간 총무원장을 지냈다.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종단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상원결사’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인 불교광장 총재, 은정재단 이사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종단의 주요 의사 결정에 다양하게 참여했다.

하지만 자승스님은 재임 시절 수년간 개혁을 외친 승려와 재가자들로부터 자승 집행부가 성과보다 과오가 더 많은 ‘적폐’ 대상이라며 신랄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승 집행부의 대표적인 과오로는 백양사 승려도박 사건, 마곡사 금권선거, 용주사 주지 은처 의혹, 적광스님(사미) 폭행, 조계종 외압 동국대 총장 사태, 정교유착 및 종단제도 사사화(사유화) 논란, 해종언론 퇴출 등이다. 향후 조계종 종단 내 세력 재편에 관심이 쏠리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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