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50일 동안 인질로 잡혀 있던 에밀리 핸드가 25일(현지시간) 아버지와 재회하고 있다. (제공: 이스라엘군)
가자지구에서 50일 동안 인질로 잡혀 있던 에밀리 핸드가 25일(현지시간) 아버지와 재회하고 있다. (제공: 이스라엘군)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5일(현지시간) 이틀째 맞은 일시휴전에서 합의대로 인질과 수감자 2차 맞교환을 이어갔다.

이날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붙잡힌 인질 중 13명과 외국인 4명을 석방했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을 풀어줬다.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 30여명을 태운 버스는 26일 새벽 서안지구에 도착했다. 버스를 둘러싼 군중들은 “신은 위대하다”라고 소리쳤고 몇몇 젊은이들은 차량 지붕 위에 서서 하마스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인질 교환이 수월하진 않았다. 하마스가 돌연 모든 휴전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예정된 2차 인질 석방을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협상이 결렬될 위험이 있었다.

하마스는 “전날 이후 가자지구에 들어온 구호 트럭 340대 중 65대만이 가자 북부에 도착했으며 이는 이스라엘이 합의한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원조 분배는 유엔과 국제기구가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카타르와 이집트가 다시 양측 조율에 나서면서 예상보다 7시간가량 지연된 끝에 이날 맞교환이 성사됐다.

이날 석방된 인질 중에는 처음에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던 9살 에밀리 핸드도 포함됐다. 16년 형기의 절반을 복역하고 이날 석방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쇼루크 드와얏은 알자지라에 “꿈속에 있는 것 같다”면서도 “가자지구의 전쟁이 하루빨리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50일 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인질로 잡혀 있던 힐라 로템 쇼샤니(왼쪽)가 25일(현지시간) 일시휴전 중 풀려나 삼촌과 포옹하고 있다. (제공: 이스라엘군)
가자지구에서 50일 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인질로 잡혀 있던 힐라 로템 쇼샤니(왼쪽)가 25일(현지시간) 일시휴전 중 풀려나 삼촌과 포옹하고 있다. (제공: 이스라엘군)

휴전 첫날인 24일 하마스는 인질 24명을 석방했다. 이들 중 이스라엘인은 13명이었다. 태국인 10명과 필리핀인 1명을 포함해 모두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인 39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을 감옥에서 풀어줬다.

전투가 중단되면서 구호물자도 속속 가자지구에 유입되고 있다.

유엔은 전투가 중단되면서 가자지구 북부에 의료품, 식량, 식수를 실은 트럭 61대가 구호물자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 니자나에서 가자지구로 200대의 트럭이 추가로 파견됐고 이 중 187대가 국경을 통과했다.

최근 며칠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알-시파 병원에도 구급차 11대 등 의료장비가 대피를 지원하기 위해 전달됐다고 OCHA는 전했다. 인도적 지원을 감독하는 유엔 긴급구호조정관 마틴 그리피스는 “더 긴 휴전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포성 언제까지 멈출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일시 휴전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지금의 ‘시한부 평화’가 언제까지 갈지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다. 합의대로 나흘을 채운다면 5일째 양측이 휴전을 연장할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번 일시휴전이 인질 사태나 전쟁 종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는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일시휴전이 종료되는 즉시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25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가자지구에서 장병들과 만나 “모든 인질을 돌려보내기 전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족과 재회하는 석방 팔레스타인 수감자[수르바하르=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이스라엘로부터 석방된 팔레스타인 수감자(왼쪽)가 동예루살렘 인근 수르바하르의 집에 도착해 가족들과 재회하고 있다. 2023.11.26.
가족과 재회하는 석방 팔레스타인 수감자[수르바하르=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이스라엘로부터 석방된 팔레스타인 수감자(왼쪽)가 동예루살렘 인근 수르바하르의 집에 도착해 가족들과 재회하고 있다. 2023.11.26.

이스라엘군이 이처럼 공격을 재개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실제 휴전이 길어질수록 이득을 보는 쪽은 이스라엘군이 아닌 하마스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휴전 후 하마스는 150명 이상의 인질을 계속 억류하지만 더 많은 인질을 데리고 있을 때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이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노인 등 특별 관리가 필요한 인질들을 내보내면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기회라는 설명이다. 

결정적으로 이번 휴전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에 인질 교환을 동의하라는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 과거에도 이스라엘은 소수의 이스라엘 군인을 하마스에서 석방하는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 수천명을 석방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휴전 연장 압박은 점점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등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는 영구 휴전과 인질 전원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번 협상에 개입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휴전 첫날 TV 연설에서 휴전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휴전 연장 희망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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