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세종대로 일대에 시민들 우산 행렬
공군 전투기 행렬, 우천으로 취소돼
중년男 “이야 자주포네” 추억 젖기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군 장병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군 장병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이야~ 천궁 죽이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서울 광화문. 군 장비가 위용을 뽐내며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특히 이번에 실물이 처음 공개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과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은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국방부는 26일 오후 서울 숭례문과 광화문 일대에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 분열을 진행했다. 대규모 군 병력과 장비가 동원돼 시가행진이 열린 건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오후 3시께 행진에 참여하는 장갑차, 전차 등 군용차량의 행렬이 서울 중구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까지 길게 이어졌다. 서울 도심 한복판을 차지한 거대한 군 장비에 시민들의 이목이 쏠렸다. 장갑차에 탄 군인과 거리의 시민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현장 교통 정리를 하던 경찰도 군인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국방부는 26일 오후 4시 서울 숭례문과 광화문 일대에 국군의 날 시가행진 분열을 진행했다. 사진은 군 장비들이 일렬로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국방부는 26일 오후 4시 서울 숭례문과 광화문 일대에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 분열을 진행했다. 사진은 군 장비들이 일렬로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3.09.26.

이날 비가 내린 탓에 숭례문부터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세종대로 일대에는 시민들의 ‘우산 행렬’이 만들어졌다. 세종대로가 내려다보이는 한 저층 건물 옥상에도 시민들이 행진을 보기 위해 모여있었다. 행진을 기다리는 시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은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오후 3시 50분께 태권도 시범단의 시범이 마친 뒤 오후 4시 6분께 제병지휘관의 구호로 시가행진이 시작됐다. 군 장비와 육군 병력의 행진이 이어졌다. 3축 체계 주요 장비를 포함한 장비부대가 줄지어 모습을 나타냈다. 패트리엇 미사일, 천무 다연장 로켓, 무인 잠수정, K9 자주포, 소형 드론 등 46종 170여대 장비가 동원됐다. 3700여명의 도보 부대는 절도있게 행진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군 장병들과 무기가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군 장병들과 무기가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9.26.

F-35A, F-15K 등 공군 전투기는 공중에서 대열을 이뤄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됐다.

중장년 남성들은 행진을 지켜보며 군 생활의 추억에 젖어 들기도 했다. 이들은 “옛날 지프차가 아니야” “이야 자주포네” “(행진 준비하느라) 6개월 전부터 고생했을 거야”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스텔스 형상 소형 드론이 지나가자 “우리 땐 저런 게 없었다”는 부러움 섞인 말도 나왔다. 공군 행진에 대해서는 “칼 각이네” “공군이 제일 잘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한미 군 장병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한미 군 장병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9.26.

이날 10년 만에 열린 대규모 시가행진에는 남녀노소 시민들이 몰렸다. 군인의 꿈을 꾸고 있는 중학교 3학년 김준석군은 행진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충남 아산에서 올라왔다. 김군은 “군인을 하고 싶어서 사이클 국가대표도 그만뒀다”며 “행진을 보려고 학교에 현장 체험학습을 내고 나왔다”고 말했다.

국군의 날 행사 때마다 시가행진을 봐왔다는 박동현(가명, 65, 남, 서울 영등포구)씨는 “올해는 10년 만에 열려 감회가 새롭고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행진을 관람하며 “옛날에 우리가 쓰던 장비보다 좋아졌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됐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 20대 남성은 “탱크를 영상 매체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재미있었다. 의장대가 제식에 맞춰 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비가 오는 바람에 행진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30대 남성 이모씨는 “우산에 다 가려져서 조금 아쉬웠지만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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