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 어떤 국가보다도 교육열이 높은 국가이다. 공부해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게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교육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공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이 되고 있다. 기가 막히지만,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주체가 된 유아교육부터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거치는 과정에 불과한 교육이 되고 있다.

이렇게 기본 교육이 수단화하면서 사회현상이나 심지어 사회구조까지 바뀌고 있다. 공교육이라 불리는 학교 교육이 형식화하면서 사교육이라 불리는 학원 교육이 학교 교육을 대체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인 학생들은 의무에 기반하는 학교 교육은 적당히 하고 부모의 경제력에 기반하는 학원 교육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학교 교육보다 우선하는 것이 교육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교육의 현실은 학원이 밀집한 인근의 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국가의 주택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이 학원으로 몰리면서 학원 주변으로는 교통난이 심각한 수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런 쏠림 현상은 점차 세를 확대하면서 전국화되고 있어서 교육과 관련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으며 공교육을 서서히 붕괴시키고 있다.

공교육인 학교 교육이 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변하고 있는 학교 교육 때문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일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원들은 교육의 현실에서 점차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더구나 학생 인권의 목소리 속에서 교원의 교권은 축소됐다. 자녀중심주의의 학부모는 학교 교육에 대해 불신만 가지면서 교사의 지위는 제대로 존중받기 어렵게 됐다.

학생들이 학교의 선생님을 존경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학교 교육은 교육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 교육인 공교육이 무너지면 국가의 교육시스템은 더이상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그 여파는 대학 교육 등 고등교육에도 부정적으로 미치게 될 것이다. 국가의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국가의 동력은 점차 떨어지게 될 것이고 국가의 발전은 어려워질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그리고 헌법은 의무교육과 교육제도, 교원의 지위에 관한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국가가 교육을 법률로 구체화한다는 것으로 공교육을 관장하는 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공교육의 파행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군사부일체라는 가르침 속에서 민주공화국이 된 이후에도 선생님의 권위만 인정하다가 사회발전 속에서 학생의 인권 보장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런 흐름은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심화됐고, 학생은 약자라는 인식을 보편화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교권을 소홀히 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지만, 약화된 교권으로는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지속된 교육 현장의 부조화가 지속적인 교권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점차 학교 교육은 주도적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이런 이유 속에서 학교에서 계속 사건이 발생했고 전국의 선생님들이 교권의 보호를 위한 교육법 개정을 요구하게 됐다. 지난 주말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선생님들이 국회 앞에서 연좌시위를 했다.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공교육만 담당하면서 지식만 가르치는 장소가 아니다. 학교는 미래세대가 모여서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성장해 그 일익을 담당하도록 훈육하는 기관이다. 학교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다. 자기의 자녀가 다른 사람의 자녀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배우는 장소라는 것을 부모들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도 지식만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동체 생활을 배움으로써 인격을 형성하고 민주주의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움을 위해 선생님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것은 학생의 의무이지 권리가 아니다. 국가의 공교육을 위해 무엇보다도 교원의 교권이 존중받고 보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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