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최근 들어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상황이 변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지형은 우리나라가 어떤 태도를 견지하는지, 이에 따라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비록 거대한 아시아 대륙에 붙은 작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역사를 쓴 국가이지만, 오천년의 역사에서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막았고 오늘날까지 존재를 이어가면서 발전했다.

지구상에 우리나라와 같이 민족을 유지하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국가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웃 나라인 중국도 수시로 이민족에 의해 국가가 바뀌었고, 일본 역시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는 거론할 여지가 없다. 비록 고려가 원에 항복해 속국이 되기도 했고, 조선 때는 청에 항복했지만 나라는 유지했다. 그러다가 일제에 의해 나라를 잃고 식민지 35년을 보냈다.

1945년 해방이 됐지만, 우리의 힘으로 일제를 물리치지 못해 남북분단이 됐다. 그 당시 정치적 상황에서 결국 남쪽만 국제연합의 보호 아래에서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헌법 제1조 제1항의 대한민국은 우리나라의 정식 국호로 그 명칭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따온 것이다. 대한(大韓)은 삼국시대 이전의 삼한(三韓)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민국(民國)은 조선시대의 후기 백성이 국가의 기본이란 것에서 나온 용어이다.

대한민국은 한민족(韓民族)으로 구성된 국가라는 뜻을 가진 자랑스러운 국호이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도 조선시대의 후기 대한제국 때부터 정식으로 사용된 국기이다. 심지어 북한도 초기에는 태극기를 사용했지만, 구 소련의 위성국가로 대한민국을 부정하며 인공기로 바꿨다. 이렇게 역사를 갖고 있는 국기인 태극기에 대해 국민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태극기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역사는 국가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미래세대에 대해 역사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분단 이후 동족이 상잔하는 전쟁을 경험했다. 구 소련의 비밀문서에서도 나왔지만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3년간 전쟁을 하면서 수백만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적인 전쟁이었다. 왜냐하면 동족이 상잔했기 때문이다.

6.25전쟁은 우리나라의 비극이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자유를 위해 참전했던 16개국의 군인들로 구성된 유엔군의 많은 희생도 있었다. 전쟁 중 중국의 참전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통일을 이뤘을지도 모른다. 지나간 역사는 되돌릴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그렇지만 역사적 내용은 일어난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 언론에서는 6.25 전쟁을 북침으로 아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했는데, 이는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역사교육은 인성교육에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이다. 인성교육은 공동체의 구성원인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할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지만, 역사교육은 국가의 구성원이 국민으로서 살아가야 할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6.25 전쟁을 북침 전쟁이라고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이념 전쟁은 끝났지만, 한반도의 이념 전쟁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대한민국은 독립국가로 국민주권국가이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이다. 대한민국은 비록 같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73년 전에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적화통일을 추구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으로부터 침공을 받았다. 1953년 휴전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온갖 평화 노력에도 북한은 이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진행되어 온 과거의 역사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미래 역사의 시금석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 금언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이런 당연한 말도 잊게 된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감춰서는 안 된다. 과거의 역사가 우리에게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해도 이를 감추게 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다면 더 불행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독일은 제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다른 민족을 압살했던 수치스럽고 비극적인 역사도 그대로 미래세대에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닥칠 비극적인 미래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기성세대는 책임을 갖고 미래세대에 역사적 진실을 가르쳐야 한다. 역사를 잊은 국가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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