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분야 직장접고 농업 전향
산삼공장화재로 재산 잃기도
실패 딛고 쇼핑몰 사업 도전

새로운 도전 중심엔 늘 ‘사람’
‘주고 또 주는’ 경영철학 추구
인도네시아 사업 기회 찾아와

토지 1억2천만평 백년간 임대
케나프 재배로 백년대계 초석
“친환경 신소재 개발 꿈꾼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현 가가그룹 의장이 최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인도네시아 말라크주에 위치한 세람섬에 1억 2000만평을 100년간 임대해 카나프를 심어 백년대계를 꿈꾸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현 가가그룹 의장이 최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인도네시아 말라크주에 위치한 세람섬에 1억 2000만평을 100년간 임대해 카나프를 심어 백년대계를 꿈꾸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1억 2000만평(409㎢).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크기. 국내 새만금 간척 사업 규모. 인도네시아 말라크주에 위치한 세람섬에 이 규모의 토지를 100년간 임대해 케나프(KENAF, 양삼)를 심어 백년대계를 꿈꾸는 이가 있다. 김세현 가가그룹 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의장을 아끼는 지인들은 “너 잘 살고 있는데,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그는 “새로운 것을 한다고 했을 때 분명히 아픔이 존재한다”면서도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면 사업을 하는 데 큰 동력이 된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김 의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15년간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10년은 산삼 농사를 지었다.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했다. 

김 의장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다니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자본이라는 외부 환경에 지배를 받으며 내적 갈등에 휩싸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산에 들어가 산삼 농사를 짓는 ‘촌부의 삶’이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현 가가그룹 의장이 최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현 가가그룹 의장이 최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김 의장은 자신을 ‘흙’과 잘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 다른 사람보다 2배 이상은 결실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항상 농작물을 키우면서 아침·저녁으로 ‘잘 커라’라고 말하며 마음을 줬다”며 “식물이 위로 크지 못하게 성장점을 따줬다. 그러면 옆으로 뻗어가며 많은 결실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단 식물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닌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했다. 사람도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옆에서 조언을 해줘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김 의장이 산삼 농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장에 큰불이 났다. 그동안 일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재가 됐다. 그는 3일간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그러다 공장 앞 식당에 갔다. 김 의장은 “밥을 먹고 싶어서 먹은 게 아니라 그냥 살기 위해서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이 일부러 반찬을 여러 번 내오는 것이었다. 김 의장은 “8000원짜리 메뉴를 시켜 먹는데 식당 주인은 내게 음식값의 배 이상으로 챙겨줬다”며 “그 이후로 그곳을 지날 때마다 그 식당 생각이 났다. 앞으로 뭔가를 하게 되면 (식당 주인처럼) 더 나눠 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한 사업이 온라인 쇼핑몰인 ‘다또플랫폼’이다. 다또는 ‘다 주고 또 주는’ ‘다시 또 한번’이라는 뜻이다. 실패를 디딤돌 삼아 또 다시 해보자는 김 의장의 신념이 담겼다. 

회사 이름처럼 물건을 사면 적립금으로 100%를 줬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물건을 구매하면 적립금으로 1만원을 주는 것이다. 

김 의장은 “기업이 잘 되려면 ‘받고 주는(Take and Give)’ 것이 아니라 ‘주고 또 주는(Give and Give)’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회사의 이익을 최소화하면서 주변에 나눌 수 있는 기업만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시험 재배 중인 케나프. (제공: 가가그룹) ⓒ천지일보 2023.09.05.
 경기도 평택시에서 시험 재배 중인 케나프. (제공: 가가그룹) ⓒ천지일보 2023.09.05.

김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중 케나프를 알게 됐다.

케나프는 1년생 초본으로 생육기간이 짧고(약 120일) 이산화탄소 분해 능력이 일반식물보다 5~10배나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져 나무가 숲이 될 때까지 산림병행 작물로서 기능이 탁월하다.

하지만 케나프는 아열대 식물로 국내 환경에서 대량 생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사업성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좋지 않은 것이 이유다. 해외 경작을 통해 케나프가 수입되면 국내에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의장은 인도네시아로 시야를 돌렸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시험 재배 중인 케나프. (제공: 가가그룹) ⓒ천지일보 2023.09.05.
경기도 평택시에서 시험 재배 중인 케나프. (제공: 가가그룹) ⓒ천지일보 2023.09.05.

김 의장의 이러한 새로운 도전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우연히 만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했다. 

김 의장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토지를 임대받아 농사를 준비하는 한 사람을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김 의장은 이 만남을 ‘젊음과 경험이 만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토지 주인은 당시 70세로, 20년 전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토지 임대권을 받았지만, 농사를 짓기에는 고령으로 무리였다. 때문에 김 의장은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했고 토지 주인은 임대를 승낙하게 됐다.

김 의장은 이를 두고 “총 한 방 쏘지 않고 100년 동안 임대 권리를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이 임대받은 토지는 1억 2000만평 규모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현 가가그룹 의장이 최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현 가가그룹 의장이 최근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 2023.09.05.

김 의장은 임대한 토지에서 케나프를 재배, 건조, 분말뿐만 아니라 에탄올까지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생분해성 원료가 케나프”라며 “친환경 소재로 사용될 케나프 재배, 신소재개발 등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케나프 사업을 준비하면서 회사를 세웠는데 이름이 가가그룹이다. ‘가가’에는 집처럼 따뜻한 기업(家家), 노래처럼 즐거운 기업(歌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GoGo) 등의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의장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구성원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이 중요하다”며 “고객들에게 더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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