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하반기 회복 흐름 강화”
“美·中 등 불확실성 요소는 있어”
“韓 물가관리, 선진국보다 모범적”
경제학자들 “상저하고, 어림 없어”
“中 악영향 크고 내수도 안 좋아”
中 경제·가계부채·부동산 등 악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정부가 여러 가지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경기 회복이 부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상저하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극심한 가계부채와 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변수로 마냥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하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여러 공식 행사에서 우리나라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꾸준히 장담한 ‘상저하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거듭 호언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한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아직까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경제 침체) 터널의 끝이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상승률, 취업률 등 여러 지표를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 신호로 해석했다. 추 부총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로 물려받았지만 지금 2.3%로 안정됐다”며 “취업자 증가도 21만명에 그쳤지만 지금 54만명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고용률, 실업률 모두 다 좋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가도 요새 왔다, 갔다 하고 있지만 8월 초만 해도 훨씬 높았다”고 강조했다.

물가 관리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모범적”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 협의단을 만나 “(우리나라는) 그 어느 선진국보다 모범적으로 물가를 관리해나가고 있다”며 “건전재정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기조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추 부총리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추진 중인 강력한 재정건전성 강화 노력이 2024년 예산안에도 적극 반영돼 있다”며 “재정 준칙 법안이 정기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경제에 대해서도 회복을 확신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 양호한 고용 흐름 등을 바탕으로 한 견조한 소비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의 통화 긴축으로 인한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 기재부를 중심으로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과 긴밀히 공조·대응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주요 금융·외환 시장 지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여러 기관이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두 배 정도 성장세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정부도 현 경기 흐름 전망에 변화 없다”며 기존의 ‘상저하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수출 회복세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부 흐름을 보면 물량 지표들이 살아나고 있고 수출 감소 폭도 줄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8월은 여름휴가 기간이 겹쳐서 수출이 부진한 특성이 있고 9월부터 무역수지가 기조적으로 흑자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10월부터는 수출이 플러스로 진입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나온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며 “불황형이라면 물량이 줄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물량이 상승세다. 앞으로 우리 무역수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국내외 변수가 남아 있어 전망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은 열어 뒀다. 추 부총리는 “아직 곳곳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반도체 경기가 언제 어떤 형태로 빨리 살아날 것인지 이것이 여전히 지켜봐야 할 변수”라면서 “중국 경제의 향배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우리한테 놓여있는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 원자재 가격, 국제 금융불안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도 불안요소”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경제 전망은 할 수 있지만 푸틴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22일 서울의 한 거리에 붙은 카드대출 안내 스티커. (출처: 연합뉴스)
22일 서울의 한 거리에 붙은 카드대출 안내 스티커. (출처: 연합뉴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지표가 ‘상저하고’를 이루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저하고’는 당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말에 나온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하면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 경제가 부진해지면서 이 같은 전망도 힘을 잃어 갔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수출도 두 자릿수나 감소하고 부동산 부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간 내수·부동산·수출로 지탱되던 중국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며 “중국을 업은 상저하고의 효과를 우리나라도 향유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경제가 워낙 어렵고 상장 기업의 30%가 이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 데다가 중국의 경제 위기가 한국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의 위기로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하는 것 외에도 부동산에 직접 투자한 금액, 무역 등 간접적인 부분을 통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이대로면 낙관적인 ‘상저하고’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올해 1분기를 지나면서 상저하고라는 말이 상저하중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상저하중도 못 되는 상황”이라며 “상저하고는 가망이 없는, 오래 된 이야기다. 사실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 부진의 여파가 우리나라에만 미치는 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전체적으로 미치는 만큼 하반기로 가면 갈수록 미국과 EU(유럽연합)도 불안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미, 대EU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내수에 대해서도 회복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이 부연구위원은 “소비는 가계부채 때문에 살아나기 힘들다”며 “물가 상승률이 좀 낮아졌다고 하지만 물가가 떨어진 게 아니라 물가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이다. 오른 물가 때문에 가계 부문의 실질 구매력도 약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 불안 외에도 부동산 PF, 자영업자 대출 상환 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대출을 포함한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9조 5000억원 증가한 1862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4조 1000억원 늘면서 가계대출이 10조 1000억원 증가했다.

오는 10월에는 반도체 수출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변수는 중국 경제다. 이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출 상황이 예전보다는 좋아지고 있는데 반도체 수요는 중국이랑 결부돼 있어 아직 (살아날지) 반신반의”라며 “새로운 CPU가 출시되는 게 호재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이 외에는 수출·재고 동향 등 상황이 좋지 않다”고 봤다.

관광수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기대보다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국의 예금액을 보면 실제 중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며 “돈이 있어도 안 쓰는 추세라 필수재가 아닌 여행·명품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어 유커 방한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단체관광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면세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픈 시간에 맞춰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3.08.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단체관광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면세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픈 시간에 맞춰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3.08.23.

우리나라 7월 수출은 반도체 업황 부진,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제품·석유화학 단가 하락, 작년 7월 수출이 역대 7월 기준 최고 실적(602억 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역기저효과 등으로 16.5% 감소한 바 있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전년 대비 16.5% 감소한 503.3억 달러, 수입은 25.4% 감소한 487.1억 달러, 무역수지는 16.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도 일제히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全)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8(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지난 5∼6월 상반기 조기 집행 기조로 증가했던 공공행정이 7월 6.5% 감소한 것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산업활동을 보여주는 3가지 지표가 모두 떨어진 건 6개월 만이다.

제조업(-2.0%)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도 2.0% 줄었다. 제조업 생산은 의복·모피(28.5%), 전기장비(2.8%), 의약품(3.0%) 등에서 늘었으나 전자부품(-11.2%), 기계장비(-7.1%), 반도체(-2.3%) 등에서 감소했다. 제조업은 출하가 전월보다 7.8% 줄면서 재고가 1.6% 증가했다. 재고율은 123.9%로 11.6%포인트(p) 상승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 2월(-15.5%) 이후 5개월 만에 2.3% 감소했다. 반도체 감산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다만 출하가 31.2% 줄면서 전월 감소했던 재고도 다시 4.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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