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주체와 자력갱생을 모토로 생존했던 북한이 러‧우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교역량도 급격히 저하되면서 역사적으로 중‧러의 중간지대에서 교묘하게 취했던 등거리 외교정책이 무색해졌다. 이제는 중국 없으면 살지 못하는 신세에 처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월 27일 러시아 국방부 장관까지 초청해 그들이 말하는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열고 러시아 대표단을 중국 대표단보다 특별히 대접하는 연출까지 하는 것을 보면 북한도 선대 독재자가 취했던 원래 정책으로 회귀해야 되겠다고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듯하지만, 너무 많이 와 있는 괴물 중국의 일방적 행보를 저지하기는 버겁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 코로나 유행은 북한의 국경봉쇄로 이어졌고 2020년 GDP는 –4.5%로 대폭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에도 –0.2%에 머물렀다. 유엔 대북 경제제재와 국경봉쇄 영향이 계속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동하는 와중에 그나마 돌파구가 중국이었고 중국 의존도는 97%에 가까운 믿지 못할 놀라운 수치까지 기록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몽골만 해도 61.5%이며 미얀마가 32%인 것과 비교해봐도 북한의 대중의존도의 심각성이 확연히 보인다. 절대적 의존도로 구조화될 경우 김정일 정권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국가의 존립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

남한과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다. 작년 북한 국민총소득은 36조 7000억원이다. 2566만명인 북한 인구로 나누면 1인당 국민총소득이 나온다. 143만원이다. 한국의 30분의 1 수준이다. 총무역액은 33억 달러도 안 된다. 한국의 한 대기업 수출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로지 핵무기 하나에 매달리는 이유가 더욱 명확해진다.

핵무기는 속된 말로 너 죽고 나 죽고로 나오겠다는 심보가 기저에 깔려 있을 수 있다. 만성적 식량난은 북한 경제생활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식량문제의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요원하다. 최소한 지원해 줘야만 하는 인도적 인구는 1040만명으로 국제 비정부기구 개발 이니셔티브는 추산한다.

결국 가까이 있는 중국과 정치 경제적 의존이 심화 되면서 2011년 88.5%, 2014년 90.2%로 상승곡선을 기록하더니 2018년 95%로까지 올랐고 이젠 97%다. 평균 90% 이상이 중국이니 자국에 유리한 더욱 강화된 교역환경을 창출하고 강압적으로 갑의 위치를 활용할 것이 자명해진다. 북한의 자주적 경제발전 기회가 박탈돼 신식민지 국가로 전락할 위험에 노정돼 있다.

2010년 전까지는 그나마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1990년대엔 구소련과 병행했고 2000년대엔 한국, 일본, 구소련, 중국과 적절히 나눠진 교역을 했다. 2011년부터 중국과 의존도가 강화되더니 이제는 한미일 3각 체제로 압박하는 형국에 도달하니 외통수에 몰려 중국에 완전히 경도되는 불가피한 상황도 만들어졌다.

한국이 독자적 대북 경제정책 추진 없이 분단국가의 한 축인 북한을 계속 몰아칠 경우 중국 의존도는 더더욱 심화되고 통일의 길은 더욱 멀어지니 대담한 정책 전환을 통한 ‘한민족 같이 살기 이니셔티브’를 하루속히 담대하게 추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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