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서현 주민들 불안감 커져
백화점 직원들 트라우마 호소
‘범행 예고’ 잠실 등 경찰 배치
“주변 사람 손부터 확인하게 돼”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과 연결된 AK플라자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과 연결된 AK플라자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김민희, 이한빛 기자] “아이고 무섭지. 젊은 남자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해. 더군다나 주머니에 손 넣고 가면 무섭잖아. 언제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에서 ‘묻지 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다음 날 사건 현장 인근에서 만난 정모(74, 여)씨가 불안에 떨며 말했다. 정씨는 사건 발생 직전까지 AK플라자 백화점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이렇게 말만 해도 (무섭다)”며 “괜히 재수 없으면 나도 걸리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정자교 사고 났을 때도 그렇고 수내역 전철 때도 그렇고 (분당에서) 빈틈없이 계속 이런다”며 근심 섞인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전 서현역과 AK플라자 백화점에는 사고 직후 설치됐던 경찰 통제선이 해제돼 있었다. 경찰 인력과 보안요원이 곳곳에 배치돼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역과 연결된 백화점 1층 통로를 지나는 시민들의 얼굴에 불안감이 감돌았다. 시민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일행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전날의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속닥이는 소리도 들려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1층 시계탑 광장에 가득하던 매대는 철수돼 있었다. 백화점 직원들은 “말하기도 어렵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사건 당시 휴식 시간이라 자리를 비웠었다는 한 직원은 “직접 본 사람들은 트라우마가 생겨 다들 일하기 힘들어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백화점에) 원체 사람이 많아서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였다”며 “(그런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고 혀를 찼다.

이번 사건은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불과 13일 만에 발생했다. 두 사건의 피의자가 모두 2~30대 남성이었단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젊은 남성’에 대한 공포로 확산하고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내 일부 매장에 휴점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내 일부 매장에 휴점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서현역에서 만난 정모(72, 여)씨는 “요즘에는 사람들이 무섭다”며 “젊은 남자들 있으면 피하고 될 수 있으면 부딪히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분당은 안전하다는 느낌이 있는 곳인데 이런 데서 (사건이) 벌어지니까 상당히 황당하다”고도 말했다.

사건 당시 서현역 로데오거리에 있었다는 이모(70, 여)씨는 “어제 핸드폰 케이스를 바꾸고 나오다가 식겁했다”고 전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씨는 “119에다 경찰에다 차랑 사람이 (백화점) 입구에 가득했다”며 “세상에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그는 “나이 든 사람은 더운데 밖에 갈 데가 없어서 (백화점에) 나와서 앉아있는데 이제는 겁나서 못 나온다”며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 휘둘러버리는데 달리기도 못하니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직후 오리역을 비롯해 잠실역, 강남역, 한티역 등 서울 강남권 지하철역에서 유사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협박 글이 인터넷에 연달아 올라왔다. 경찰은 인근 지구대 인력을 역에 투입해 범죄 정황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에서 경찰이 배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에서 경찰이 배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이날 오후 잠실역에는 경찰이 둘씩 짝을 지어 순찰하고 있었다. 경찰은 흉기로 의심될만한 물건을 소지한 시민이 보이면 신원확인을 했다. 잠실 롯데월드몰 인근에서 만난 최모(40, 남)씨는 “세상이 무서워졌다”며 “(흉기 난동이 벌어진 이후) 사람 많은 곳에 오면 주변 사람들 손부터 보게 된다”고 말했다.

조모(65, 남)씨도 “세상이 너무 험악하게 막가파식으로 변했다”며 “이런 사건들이 벌어질 때마다 집에 갈 때 옆에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친구와 잠실역에 나온 유지성(21, 여)씨는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서워 못 믿겠다”며 “사람들이 다가오면 경계심이 생겨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대답을 못 해주겠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찰특공대원들이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을 순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찰특공대원들이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을 순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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