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전쟁 악영향, 어서 끝내야”
푸틴 “평화 회담에 열려 있어”
우 공격에 휴전 어렵단 주장도
체포령 푸틴, 브릭스 불참 발표

아프리카 정상들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아프리카 정상들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55개국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정상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고 곡물 전시 수출에 관한 협정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타스 통신에 따르면 55개국 아프리카연합(AU)이 조속한 전쟁 종식을 거듭 촉구한 반면, 푸틴 대통령은 평화 회담에 열려 있음에도 대규모 공격이 이어지고 있어 휴전이 어렵다며 모든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무사 파키 마하마트 위원장은 전날 푸틴 대통령에게 “이 전쟁은 어서 끝나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정의와 이성에 의해서만 끝낼 수 있다”고 요구했으며,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전쟁이 이어지면서 아프리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중재안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로부터 러시아군 철수, 벨라루스로부터 러시아 전술 핵무기 제거, 푸틴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중단, 러시아 제재 완화 등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 회담을 거부하지 않고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개막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 중이다. 그는 아프리카에 조만간 최대 5만t에 달하는 곡물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023.7.2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개막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 중이다. 그는 아프리카에 조만간 최대 5만t에 달하는 곡물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2023.7.27

이날 크렘린궁(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평화 회담에 대해 “우리는 평화 회담을 거부하지 않고 있으며 평화 협의가 시작되기 위해선 양측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공세를 취하고 있고 대규모 전략적 공격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공격을 받고 있을 때 휴전할 순 없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 군사 동맹으로 끌어들이고 러시아의 국가 지위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다시 한번 비난했다. 아울러 러시아 외무부는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제안된 30여개의 평화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평화 회담에 대한 러시아 입장을 확인한 AU 의장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다른 쪽(우크라이나)을 설득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프리카나 다른 관계국으로부터의 중재안은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5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영토의 약 20%를 빼앗긴 상황에서 이대로 휴전하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27∼28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이번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는 회원국 55개국 중 49개국이 참여했다. 국가 수장이 참석한 나라는 17개국에 이른다. 다만 45개국 정상이 참여했던 직전 회의(2019년)보다는 줄어든 규모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전쟁에 따른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도 전달됐다. 러시아가 최근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식량 가격이 요동치는 등 세계 식량 안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빵 바구니’라는 별명처럼 밀·옥수수·보리 등 곡물과 해바라기씨, 유채씨 등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곡물을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사실상 종료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식량을 무기화하는 러시아의 행위는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서 식량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튀르키예 인근을 지나고 있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 (출처: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곡물을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사실상 종료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식량을 무기화하는 러시아의 행위는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서 식량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튀르키예 인근을 지나고 있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 (AFP/연합뉴스)

마하마트 집행위원장은 “곡물·에너지 공급 중단 사태는 즉시 끝나야 한다”며 “곡물 거래는 전 세계 모든 사람, 특히 아프리카인들의 유익을 위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흑해 항로를 통해 대규모로 곡물을 사들이고 있는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도 “다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평화·안보·발전을 위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를 두고 크램린궁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자평하면서 “정상회의 기간에 스포츠와 과학, 교육, 미디어와 관련된 많은 행사가 부수적으로 열렸다”고 행사를 칭찬한 푸틴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내달 남아공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그 이유로 “회의 참석이 제가 러시아 국내에 있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할 수 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한 실질적인 이유로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급이 지목된다. 회의 개최국인 남아공은 ICC의 체포영장 발급 때문에 푸틴 대통령을 초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CC를 창설한 로마 조약의 서명국 중 하나인 남아공은 푸틴 대통령이 영토로 발을 들이면 그를 체포해야 할 의무가 있는 나라다.

러시아가 그간 미국을 위시한 서방에 대항하는 방안으로 브릭스와 공조체제를 강화해왔지만, 올해 어린이들을 강제납치한 전범 혐의로 기소당한 만큼 불참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드니 사수 은게소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드니 사수 은게소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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