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기리는 촛불 켜는 활동가. (EPA/연합뉴스)
사형수 기리는 촛불 켜는 활동가. (EPA/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싱가포르가 헤로인 1온스(28g)를 밀수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을 결국 교수형에 처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여성 수감자가 처형된 첫 사례다.

싱가포르는 지난 2021년 약물 혐의로 사형을 집행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15명을 교수형에 처했다. 그중 외국인과 지적장애인도 포함돼 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도가 지나친 싱가포르 반약물법에 의한 ‘역사적인 냉혹한 사건’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중앙마약수사국(CNB)은 싱가포르인 사리데위 자마니(45)가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8년 헤로인 31g을 소지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리데위는 헤로인 밀수 혐의로 지난 2004년 처형된 미용사 옌 메이 원(36) 이후 싱가포르에서 처형된 첫 여성이다.

마약수사국 측은 “그는 법에 따라 모든 절차를 밟았으며 법률 자문도 받았다”면서 싱가포르의 법은 헤로인 15g 이상을 밀수하는 경우 사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마약 법률을 두고 있다. 법에 따르면 특정 양의 불법 약물을 밀매, 수입 또는 수출한 사람은 모두 사형을 선고받는다. 정부가 사형이 마약 밀매자들을 억제하고 공공 안전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이후 지난 2021년 약물 혐의로 사형 집행을 재개해 현재까지 15명을 교수형에 처했다. 그중 외국인과 지적장애인도 포함돼 있다. 이는 인권단체들이 팬데믹으로 인한 2년의 법 집행 중단 이후 사형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마약수사국 측은 “가장 중대한 범죄, 즉 상당량의 약물을 밀매해 매우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에만 사형이 허용된다. 이는 개인 마약 중독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더 넓은 사회에도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번 처형은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재차 불러일으켰다.

CNN에 따르면 비영리단체인 RBIJ(Responsible Business Initiative for Justice)의 책임자인 셀리아 울렛은 “싱가포르 정부는 인간의 회복과 갱생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면서 “국제적 명성은 물론 재정적 미래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제는 사형을 완전히 폐지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국제인권연맹(FIDH) 사무총장인 아딜루르 라만 칸은 이번 처형을 “역사적으로 잔인한 사건”이라고 부르며 싱가포르 정부에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의 사형 전문가 키아라 상지오리오 박사는 이번 처형이 “사형의 국제적 안전장치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이 마약 사용과 유통에 독특한 억제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으며, 마약 사용과 유통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사형을 폐지하고 마약 정책 개혁을 수용하고 있는데, 싱가포르는 둘 다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싱가포르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약 50명이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그중 대다수는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사형제도 폐지 요구하는 인권단체 회원들. (AP/연합뉴스)
싱가포르 사형제도 폐지 요구하는 인권단체 회원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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