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예고 다음 날 공습 개시
러 미사일 20여발 중 5발 요격
나머지 오데사 도심에 떨어져
우 “패트리엇 등 지원해달라”

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소방관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주택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뉴시스) ⓒ천지일보 2023.07.21.
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소방관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주택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뉴시스) ⓒ천지일보 2023.07.21.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과 관련해 군 차원의 보복을 예고한 뒤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을 대상으로 나흘 연속 공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을 군사적 목표물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직후이기도 하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공군은 남부 도시 오데사를 향한 러시아의 공습에 맞서 이날 새벽 19발의 러시아 순항 미사일 중 5발만 요격했다고 밝혔다고 CNN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요격 성공률은 이전 공습 대비 성공률이 떨어지는데, 이는 남쪽 지역에 방어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크림대교 폭발 이후 보복을 예고한 러시아는 다음날 즉시 오데사, 미콜라이우, 마을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다음날과 그다음 날에도 많은 공습을 퍼부었다. 동부전선에 집중하고 있던 우크라이나는 갑작스러운 남부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다리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우크라이나의 해상 공격 드론과 관련된 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곡물 수출과 관련된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해왔다고 반박했다.

나흘째 이어진 이날 공습도 새벽 2시경 폭발음을 시작으로 최소 90분 동안 지속됐고, 드론이 오가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주민 피해도 이어졌다. 4층짜리 건물 등 시내 곳곳은 공격에 파괴됐고 대피 사이렌이 울렸다. 당시 오데사 행정부 책임자인 올레흐 키퍼는 “대피소로 가서 사이렌이 울릴 때까지 떠나지 말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소방관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주택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뉴시스)
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소방관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주택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 미국과 독일에서 각각 2개의 패트리엇 시스템(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지원받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동부 전선에 주로 배치되면서 남부에 대한 갑작스러운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 지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저공으로 날아오는 러시아의 오닉스와 Kh-22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부 대변인은 “현재 방어수단이 필요하다. 특히 탄도 미사일 방어를 위해 남부 지역과 항구 도시를 수단으로 보강해야 한다”면서 “패트리엇이나 SAMP-T와 같은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이 지역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기존 우크라이나 구소련 시대의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달리 패트리엇은 고고도와 중고도 항공기뿐 아니라 순하항 미사일과 일부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그러나 단거리 공중 방어 시스템과는 다르게 패트리엇은 고정식이어서 다른 지역으로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없다.

◆흑해곡물협정 중단에 러-서방 ‘네 탓’

러시아는 월요일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을 허용한 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세계의 빵 바구니’라는 별명처럼 우크라이나가 밀·옥수수·보리 등 곡물과 해바라기 씨, 유채 씨 등을 수출하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곡물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55개국의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은 러시아의 종료 선언에 따른 흑해곡물협정 중단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곡물과 비료가 아프리카와 같이 필요한 곳으로 안전하게 다시 이송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과거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를 확장했을 때 인내와 관용의 기적을 보여줬다”고 피력했다고 스푸트니크가 이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20일부터 우크라이나 항구로 항해하는 흑해의 모든 선박을 잠재적인 군용 화물 운송선으로 간주할 것이며, 그런 선박에 게양된 국가의 국기는 키예프 정권 편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유엔은 러시아를 비판하는 한편 곡물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선언하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식량을 무기화하는 러시아의 행위는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서 식량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과 몰도바 영토를 경유, 육로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리아노보스티가 EU 집행위 대변인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린느 장 피에르(Karine Jean-Pierre)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로 항해하려는 선박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 이후 선박이 우크라이나 항구로 계속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위성 사진에 17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 중간이 폭발로 손상돼 있다. (막사르 테크놀로지스)
위성 사진에 17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 중간이 폭발로 손상돼 있다. (막사르 테크놀로지스)
위성 사진에 17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 중간이 폭발로 손상돼 있다. (막사르 테크놀로지스)
위성 사진에 17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 중간이 폭발로 손상돼 있다. (막사르 테크놀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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